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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성폭력·외압·로비까지… 해묵은 병폐 수술대 오른 검찰

등록 2018-02-25 18:39수정 2018-02-25 21:08

26일 안태근 ‘성추행 피의자’ 조사
강원랜드 채용비리 외압실체 추적
수사정보 유출 관련 ‘윗선’ 수사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박근혜·이명박 정부 때 베일에 가려졌던 사건을 겨냥한 검찰 수사가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면서, 이번엔 검찰 내부를 향한 수사가 본격화하고 있다. 각각 별도로 꾸려진 수사팀이 최근 불거진 ‘검찰 내 성폭력 사건’과 ‘강원랜드 수사 외압’ ‘최인호 변호사의 검찰 로비’ 등을 수사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국가정보원 파견 검사들이 ‘댓글 사건’ 수사를 방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후 수사 대상이 된 검사만 10여명이고, 검찰 내 사무실이 압수수색 대상이 된 것도 10여차례에 이른다. 오랫동안 쌓였던 검찰 조직의 병폐가 드러나며 검찰 개혁의 당위성이 다시 한번 강조되는 가운데, 검찰의 ‘셀프 수사’가 얼마나 성과를 낼지 주목된다.

검찰 성추행 조사단(단장 조희진)은 서지현 검사가 성추행 당사자로 지목한 안태근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을 26일 오전 직권남용 혐의 피의자로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조사단은 압수수색을 통해 안 전 국장이 서 검사에 대한 인사 불이익을 주문한 단서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3일에는 법무부 검찰국을 압수수색했고, 22일엔 법무부 검찰과장을 지낸 이아무개 부산지검 부장검사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했다. ‘검찰 내 최고 파워 집단’으로 꼽히는 검찰국 압수수색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조사단은 서 검사 폭로 후 ‘2차 가해’ 소문의 근원지를 추적해 처벌이 가능한지도 검토 중이다. 조사단 관계자는 “성범죄에 대해선 감찰에 우선해 처벌하는 것이 매뉴얼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4일 안미현 검사의 폭로로 꾸려진 강원랜드 채용비리 관련 수사단(단장 양부남)은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 외압의 실체를 밝히는 데 집중하고 있다. 권성동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김수남 당시 검찰총장, 최종원 당시 춘천지검장(현 서울남부지검장) 등의 개입 여부를 규명하는 게 핵심이다. 수사단은 지난 20일 권 의원의 지역 사무실뿐 아니라 21일 최 지검장의 사무실도 압수수색했다. 검찰 안팎에선 국회 법사위원장과 현직 검사장 등을 상대로 한 이례적이고 강도 높은 수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고검 감찰부(부장 이성희)는 지난 22일 수사정보를 유출한 혐의로 추아무개 부산 서부지청 검사와 최아무개 춘천지검 검사를 긴급체포했다. 두 검사의 구속영장은 지난 24일 기각됐지만, 이들 검사와 관련이 있어 보이는 ‘윗선’ 수사는 계속될 전망이다. 이들이 수사정보를 유출한 최인호 변호사는 검찰 내부 등 권력기관에 전방위 로비를 한 의혹을 받고 있어, 수사 결과에 따라 ‘게이트급 사건’으로 번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법무부·검찰 과거사 위원회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성 접대 의혹 사건’ 등 12건의 재조사에 나선 점도 또 다른 뇌관이 될 수 있다. 상당수 사건이 전현직 검찰 간부들과 관련돼 있어 파문이 일 수 있다. 검찰의 한 간부는 최근 검찰 내 분위기와 관련해 “이러다 검찰 문을 닫아야 하는 것 아닌가 싶을 정도”라고 말했다.

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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