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수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세월호 보고시간 조작’ 의혹의 피의자 신분으로 26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나와 기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박근혜 청와대’의 세월호 참사 보고서를 조작한 의혹을 받는 김장수(70)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검찰에 출석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신자용)는 26일 김 전 실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했다. 이날 오전 9시25분 검찰청사에 도착한 김 전 실장은 취재진에 “검찰에 물어보는 내용에 따라 답변하겠다”며 “(세월호 참사로)실종되신 분들, 희생되신 분들께 애도를 표하고 유가족들이라든지 가족 친지들에게 위로의 말씀 드리고 싶다”고 말하며 조사실로 향했다. 다만, 해당 보고서를 조작할 때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는지에 대한 질문에 대해선 “(대통령이)그런 지시를 어떻게 하겠느냐”며 부인했다.
검찰은 김 전 실장이 세월호 참사 당시 청와대의 부실한 초동 대응을 감추려고 상황보고서에서 대통령 최초 서면보고 시간을 사고 당일 오전 9시30분에서 오전 10시로 사후 조작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김 전 실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세월호 참사 발생 등을 처음 보고한 당사자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그는 박 전 대통령이 언제 어떻게 세월호 관련 보고를 받았고 그에 대해 무슨 조처를 했는지 등 이른바 ‘세월호 7시간 의혹’ 규명의 열쇠를 쥔 핵심 인물로 꼽힌다.
검찰은 이와 함께 김 전 실장이 세월호 참사 이후 ‘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에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국가위기 상황을 종합관리하는 컨트롤타워’라는 내용을 임의로 삭제한 데에 관여했는지도 캐물을 방침이다.
앞서 지난 23일 검찰은 김장수 전 실장과 그의 후임인 김관진(69) 전 국가안보실장의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했다. 또 현역 육군 장성인 신인호 전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장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김석균 당시 해양경찰청장 등 해경관계자,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 관계자 등을 소환해 조사했다.
지난해 10월 문재인 정부 청와대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청와대 보고서가 조작되고 위기관리 지침이 사후에 무단 변경된 사실이 발견됐다며 김 전 실장을 비롯해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김관진 전 실장, 신인호 전 센터장 등을 허위공문서 작성, 공용문서 훼손, 직권남용 등 혐의로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검찰은 김 전 실장을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한편, 이날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팀장 박찬호 2차장)은 김장수 전 실장의 후임인 김관진 전 실장에 대해 27일 오전 9시 출석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김관진 전 실장은 세월호 참사 이후 ‘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 사후 변경에 관여한 정황이 포착돼 또다시 검찰 수사 선상에 올랐다. 김 전 실장은 지난해 11월 이명박 정부 시절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선거개입 활동에 관여한 군 형법상 정치관여 혐의로 구속됐지만, 서울중앙지법 형사51부(부장 신광렬)의 구속적부심사를 통해 풀려난 바 있다.
특히 검찰은 김관진 전 실장에 대해서는 군 대선개입 사건과 관련한 ‘2라운드 수사’를 더 벼르고 있다. 앞서 검찰은 최근 구속된 백낙종 전 국방부 조사본부장 등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김 전 실장이 조사본부의 군 대선개입 사건 조사를 축소·은폐하려고 한 단서를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실장이 “연제욱·옥도경 전 사이버사령관을 정치관여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는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하라” “대선개입과 관련된 부분을 제외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했다는 것이다.
또 군의 선거개입을 은폐하려고 관련자들이 거짓 진술을 하도록 회유하는 데도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국방부 조사본부는 2014년 11월 ‘조직적 대선개입은 없었다’고 결론을 냈고, 이를 두고 ‘꼬리 자르기 수사’라는 비난 여론이 거셌다.
김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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