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이명박(77) 전 대통령에게 흘러들어간 새로운 루트의 거액 불법자금을 포착하고, 이에 관여한 이 전 대통령의 맏사위 이상주(48) 삼성전자 전무를 상대로 압수수색 및 소환조사를 벌였다. 이르면 3월 초로 예상되는 이 전 대통령 직접 조사를 앞둔 검찰 수사가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송경호)는 26일 이 전 대통령의 불법자금 수수 혐의를 수사하기 위해 이 전무의 삼성전자 사무실과 자택을 압수수색했다고 밝혔다. 또 이날 이 전무를 불러 자금 수수와 관련한 사실관계, 배경 및 이 전 대통령의 관여 여부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이번 자금은 기존에 알려진 국가정보원의 대북공작금 상납이나 삼성전자·현대자동차 등의 다스 미국 소송비 대납 등과는 다른 경로의 ‘뒷돈’인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은 2008년께 이 전무가 한 인사로부터 금융기관장 자리에 앉혀 달라는 청탁을 받고 수억원대 금품을 받아 이 전 대통령에게 전달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 전 대통령에게 또 다른 뇌물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검사 출신의 이 전무는 이 전 대통령의 장녀 이주연(47)씨의 남편이다. 이 전 대통령이 가장 믿고 일을 맡기는 사람 중 하나로 꼽힌다. 2009년 이 전 대통령이 사재를 출연해 설립한 청계재단의 이사이기도 하다.
2004년 법무 담당 상무보로 삼성화재에 입사한 이 전무는 2008년부터 삼성전자 해외법무 담당 상무·전무를 맡았다. 2012년 최연소 사내 팀장(해외법무팀장)에 올랐고, 현재 삼성전자 법무실 내 준법경영 담당인 컴플라이언스팀장(전무)으로 근무하고 있다.
이 전무 등 ‘이명박 일가’에 대한 잇단 강제수사는 ‘엠비(MB) 수사’가 당사자인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직접 조사 직전 단계로 접어들었음을 말해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날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의 아들 이시형(40)씨를 비공개 소환해 이 전 대통령의 다스 실소유 관련 의혹 등에 대해 16시간 넘게 고강도 조사를 벌였고, 지난달엔 이 전 대통령의 둘째 형 이상득(83) 전 의원을 국가정보원 공작금 수수 혐의로 소환 조사했다.
검찰은 이미 김백준(78)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등 이 전 대통령 측근 그룹에 대한 수사를 통해 이 전 대통령의 뇌물 수수 등 혐의 입증을 자신하고 있다. 지난달 김 전 기획관을 구속기소하면서 이 전 대통령을 ‘주범’으로 적시했다. 이 전 대통령이 직접 조사는 물론 처벌까지 받도록 하겠다고 사실상 공식화한 셈이다.
이 전 대통령이 국가정보원으로부터 상납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17억여원이나 삼성이 다스의 미국 소송비 명목으로 건넨 40억여원 등 검은돈의 존재가 김 전 기획관이나 김희중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 등 측근들의 ‘입’을 통해 확인됐다. 또 현대건설 시절부터 이 전 대통령과 수십년을 함께한 측근인 김성우 전 다스 대표 역시 지난 1월 자수서 등을 통해 이 전 대통령이 다스의 실소유주라는 것을 입증하는 진술을 자세하게 한 상태다.
김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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