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해 11월15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해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인천공항/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박근혜 전 대통령이 1심에서 징역 30년을 구형받은 27일, 검찰은 또 한 명의 전직 수반인 이명박 전 대통령을 향해 수사의 고삐를 조이며 소환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 전 대통령이 받았을 것으로 의심되는 불법자금 액수만 50억원이 넘는 것으로 드러나, 이 전 대통령 역시 기소와 중형 구형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이 벌써부터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송경호)는 전날 오후부터 이날 새벽까지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으로부터 취업청탁 대가로 2008년 2월 이 전 대통령 취임 전후에 10억원 이상을 받은 혐의로 이 전 대통령 사위인 이상주 삼성전자 전무를 소환조사했다. 검찰은 이 전 회장이 별도로 이 전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에게도 현금 8억원 이상을 건네는 등 총 20억원 이상이 이 전 대통령 일가 쪽에 건너간 것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불법자금이 이 전 대통령에게 전달됐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 검찰은 이날 “자리와 관련한 불법자금 수수에 대한 수사”라는 말로, 인사청탁 뇌물 사건임을 명확히 했다.
검찰이 이 전 대통령과 관련된 새로운 혐의를 잇달아 포착함에 따라 이 전 대통령이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불법자금 액수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이 연루된 뇌물 혐의는 크게 3가지다. 먼저 수사 물꼬를 튼 건 국가정보원 특활비 불법수수다. ‘이명박 청와대’가 국정원으로부터 받은 불법자금 액수는 지금까지 검찰 수사로 확인된 것만 17억5000여만원에 이른다. 검찰은 이미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을 구속기소하며 이 전 대통령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의 주범으로 적시한 상태다. 또 김진모 전 청와대 민정2비서관(구속기소·5000만원), 김희중 전 제1부속실장(1억여원), 장다사로 전 총무기획관(10억원), 박재완 전 정무수석(2억원) 등이 국정원으로부터 돈을 건네받는 데도 이 전 대통령이 관여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어 삼성이 대납한 ‘다스’ 소송 비용 40억여원이 드러났다. 이 전 대통령이 다스의 실소유주라는 증거를 검찰이 다수 확보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검찰이 대납 소송 비용에 대해 이 전 대통령에게 직접 뇌물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특가법상 뇌물죄는 수뢰액 1억원 이상일 때 무기 또는 10년 이상 징역형을 내릴 수 있다.
이 전 대통령 소환 시기는 3월 초가 유력한 것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검찰은 아직 신중한 분위기다. 검찰 관계자는 이 전 대통령의 소환 시기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소환이나 처리 방향이 검토된 바 없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 청구 방침이 정해졌다는 일부 보도와 관련해서도 “특정 사건에 대해 어떻게 정해놓는 것 자체는 조사받는 사람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며 “굉장히 중요한 사건인 건 맞지만 중요한 사건일수록 통상 사건 시스템에 따라 진행될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