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대 응원단 아사달의 수습단원이었던 ㄱ씨는 지난 1월 응원단 연습을 하다가 무릎에 멍이 들었으나, 선배 단원들은 무릎보호대를 착용하는 것을 막았다고 주장했다. ㄱ씨 제공
대학가의 오랜 악습 ‘군기잡기’ 문화가 또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피해자는 ‘갑질’의 종류가 28가지에 이른다고 증언했다.
7일 새벽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의 ‘홍익대학교 대신 전해드립니다’ 게시판에서 지난해 이 대학 응원 동아리 ‘아사달’에서 수습단원 생활을 했던 재학생이 가혹행위를 폭로했다.
이 글을 쓴 홍익대 17학번 ㄱ(20)씨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동기 한명이 지각하면 동기 전체가 1분당 3바퀴씩 운동장을 뛰어야 했다”며 “선배들은 ‘체력 단련을 위해서’라고 하는데, 똑같이 무대에 서는 2학년들은 왜 체력 단련을 안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선배들의 ‘갑질’은 훈련 과정에도 이어졌다. 훈련 중엔 물 마시는 것이나 화장실에 가는 것도 선배들의 허락을 받아야 했다고 한다. 응원 특성상 무릎에 멍이 드는데 ‘계속 멍이 들어야 익숙해진다’며 보호대 착용을 막거나, 선배들의 이름·기수 등을 외우게 하고 시험을 보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ㄱ씨는 또 선배들이 오물을 넣은 술을 강제로 마시게 했다고도 말했다. ㄱ씨는 “정단원식 등 선후배들이 모이는 자리에서 사발에 술과 음식·쓰레기·가래침 등을 넣어 ‘원샷’ 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ㄱ씨는 여학생 후배에 대한 외모 평가도 일상적인 일이었다고 지적했다. ㄱ씨는 “동기 전원이 응원단을 탈퇴했다. 18학번 새내기들은 이런 일을 겪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 글을 썼다”고 말했다.
이 동아리 관계자는 이날 페이스북 페이지에 “물의를 일으켜서 죄송하다는 말씀 드린다. 입장은 정리되는 대로 밝히겠다”는 글을 올렸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취재를 요청하는 전화는 받지 않았다. 학교 쪽은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장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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