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기 전 청와대 민정수석.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정동기(65·사법연수원 8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이명박(77) 전 대통령의 변호인단에 참여하는 것이 변호사법 위반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정 변호사는 2007년 대검 차장으로서 이명박 당시 대통령 후보의 비비케이(BBK), 도곡동 땅 의혹 사건에 대한 무혐의 결론을 지휘했다. 이 때문에 정 변호사가 이 전 대통령 사건을 맡게 되면 ‘공무원일 때 직무상 취급했던 사건의 수임을 금지’한 규정을 어기게 된다는 것이 이 주장의 골자다.
대한변협 인권위 부위원장 등을 지낸 박찬운 한양대 로스쿨 교수는 지난 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동기 변호사가 엠비(MB·이 전 대통령) 변호팀의 팀장을 맡아 엠비를 변호하는 것은 변호사법 위반 가능성까지 있는 매우 부적절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 전 대통령은 100억원대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이달 14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소환조사를 받는다.
그는 “정동기 변호사는 2007년 대검 차장으로 일했고 그 시기에 도곡동 땅 차명 의혹 사건과 비비케이 사건이 진행됐다. 그 사건은 당시 한나라당의 대선 후보자 경선에서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었기 때문에 수사결과나 검찰 수뇌부의 입장이 당연히 주목됐다”며 “정동기 당시 대검 차장은 2007년 8월 중간수사 발표 이후, 도곡동 땅이 제3자의 차명재산이라는 의혹이 일자 ‘도곡동 땅이 이명박의 차명재산이라고 볼 증거가 없다’고 검찰 입장을 확인해 줌으로써 MB의 선거운동을 결정적으로 도와주고 말았다. 이것은 그가 그 사건을 실질적으로 지휘하거나 검찰 수뇌부의 일원으로서 직간접으로 관여하지 않으면 말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변호사법상 ‘직무상 취급했던 사건’의 의미를 해석할 때 검찰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검찰은 법원과 달리 검사동일체 원칙의 상명하복 조직이므로 변호사법상 ‘직무상 취급했던 사건’의 의미는 다르게 해석할 수밖에 없다”며 “대검차장은 직접 사건을 수사하거나 지휘하는 검사가 아니더라도 검찰총장을 보좌하면서 특정 사건에 깊이 관여할 수 있다. 그런 경우 그 사건은 변호사법이 말하는 ‘직무상 취급했던 사건’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또 “엠비가 어려워졌다고 해서 변호사법까지 위반하면서 변호하는 것은 변호사로서 그 어떤 것으로도 정당화할 수 없는 일이다. 정동기 변호사는 엠비 사건에서 손을 떼야 한다”며 “나아가 이 문제에 대해 후일 쓸데없는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변호사 단체(대한변협 및 서울지방변호사회)는 긴급히 변호사법 유권해석을 통해 회원 변호사를 지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법조계 반응은 엇갈렸다. “충분히 지적할만한 내용”이라는 지적도 나왔지만 “대검 차장으로 수사 지휘를 한 것을 ‘사건 취급’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