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시절 민정수석 비서관으로 파견
‘민간인 불법사찰 폭로’ 입막음용으로
국정원 특수활동비 받은 혐의로 기소
김진모 전 청와대 민정2비서관이 1월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영장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이명박 전 대통령이 검찰에 소환된 14일 국가정보원에서 특수활동비 5000만원을 받은 김진모(52) 전 청와대 민정2비서관의 첫 재판이 열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재판장 이영훈)는 14일 오전 10시 업무상 횡령,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의 뇌물 혐의로 기소된 김 전 비서관의 첫 재판을 열고 검사의 공소요지와 변호인의 의견을 들었다. 검사는 김 전 비서관이 “민간인 사찰 관련해 기소된 공무원들의 청와대의 민간인 사찰과 증거인멸 개입 폭로를 무마하기 위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국정원에서 2011년 4월 5000만원을 수수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변호인은 “피고인이 평소 알고 지내던 신승균 국정원 국익전략국장에게 국정원 자금 지원을 문의했고, 신 국장에게 돈이 들어있는 쇼핑백을 전달받았다는 사실은 인정한다”며 “당시 원세훈 국정원장에게 자금 지원의 구체적 이유와 목적을 밝혔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고 횡령·뇌물 혐의도 법리적 측면에서 다툴 여지가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김 전 비서관 재판의 최대 쟁점은 국정원에서 받은 5000만원의 ‘사용 목적’이다. 재판부는 “국정원 측에서 자금을 지원하면서 이 돈이 어떤 명목으로 쓰일지 알았느냐가 상당히 중요할 것 같다”며 “피고인이나 민정수석실에서 입막음하려는 용도로 받아 썼다면 업무상횡령의 공범은 이해가 되지만, 막연히 대통령에게 잘 보이려 돈을 줬다는 다른 국정원 특수활동비 뇌물 사건과는 성격이 좀 달라 보인다”고 지적했다. 변호인은 김 전 비서관이 국정원에 자금을 요청한 이유에 대해서는 이날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다.
김 전 비서관은 법무부 정책기획단장을 지낸 뒤 이명박 정부때인 2009년 9월~2012년 1월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파견됐다. 2010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이 일어나자 검찰은 “청와대의 연관성을 찾지 못했다”면서도 불법사찰 자료를 삭제한 혐의로 전 공직윤리지원관실 진경락 총괄기획과장·장진수 주무관만 기소했다. 2012년 장 전 주무관이 청와대의 증거인멸 지시와 ‘5000만원 제공’을 폭로하자 검찰은 재수사에 나섰지만 역시 ‘윗선’을 밝히는 데 실패했다. 6년째 미궁에 빠져있었던 5000만원의 출처는 2018년에야 김 전 비서관이 국정원에서 받은 특수활동비로 드러난 셈이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