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이 탄 차량이 14일 오전 서울 논현동 이 전 대통령 집을 출발해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으로 향하자 집 앞에서 1인시위를 하던 민중민주당 당원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110억원대 뇌물수수와 횡령, 조세포탈 등 혐의의 피의자 신분으로 이날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했다. 대통령 퇴임 뒤 5년여 만이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이명박 전 대통령이 검찰 조사를 위해 서울 논현동 자택 앞 골목을 빠져 나오는 데에는 2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9시14분 차고의 문이 열리자 검정색 제네시스 승용차 등 총 4대의 차량이 순서대로 논현동을 출발했다.
전날 밤부터 이 전 대통령 자택 앞에서 ‘이명박 구속! 4자방비리재산 환수!’가 적힌 팻말을 세워놓고 1인 시위에 참여했던 대학 휴학생 강아무개(20)씨는 9시 15분께 이 전 대통령이 탄 차량을 뒤쫓아 가며 “이명박을 구속하고 비리재산 환수하라. 비리재산 환수하여 민의복지 실현하자”고 외치는 소동을 벌였다. 강씨는 “미리 계획한 건 아니었지만 이명박이 검찰로 가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분노가 솟구쳐 순간적으로 구호를 외치게 됐다”고 말했다.
앞서 경찰은 이 전 대통령이 자택을 출발하기 직전 사복을 입은 여성경찰 3명을 강씨가 세운 팻말 앞에 배치해 이 전 대통령이 팻말에 적힌 문구를 볼 수 없도록 했다.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 등 측근 대여섯명은 이 전 대통령 일행의 차량 4대가 모두 논현동 집 앞을 떠난 직후인 9시16분께 이 전 대통령 집을 나와 차량이 이동한 방향의 반대쪽으로 걸어 나갔다.
이 전 대통령이 검찰로 떠난 직후 이 전 대통령을 보기 위해 경기도 고양시에서 왔다는 지지자 김아무개(59)씨는 “이 전 대통령은 어딘가 모르게 가슴에 와 닿는 면이 있어 새벽부터 나와 기다렸다”며 “(검찰과 언론은) 이 전 대통령의 좋은 점은 안 밝히고 잘못한 것만 말한다”며 시무룩해 했다. 2007년 대선 때도 이 전 대통령을 찍은 김씨는 이 전 대통령에 비판적인 한 시민과 가벼운 말다툼을 벌이기도 했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한 논현동 주민은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아야지”라는 혼잣말을 하며 이 전 대통령 집 앞을 지나갔다.
이 전 대통령이 검찰로 떠나자 논현동 집 앞에는 평소 경비인력과 같은 경찰 10여명만이 남았다. 일부 방송사 등에선 이 전 대통령이 자택을 떠난 후에도 근접촬영을 위해 드론을 띄웠다.
선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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