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국정원 뇌물’ 방조 혐의 첫 재판서
“전직 대통령 오늘 소환…진실 밝혀지길 기대”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이 1월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검찰 소환 날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수수를 방조한 혐의로 기소된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의 첫 재판이 열렸다. 김 전 기획관은 “이 시간에 전직 대통령이 소환조사를 받고 있다. 철저한 수사를 통해 모든 진실이 밝혀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법정에서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재판장 이영훈)는 14일 오전 11시10분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의 뇌물·국고등 손실 방조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 전 기획관의 첫 재판을 열고 양쪽의 의견을 들었다. 검사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08년 김성호 국정원장, 2010년 원세훈 국정원장에게 (각각) 국정원 특수활동비 2억원을 피고인에게 주도록 요구했다”며 “이 전 대통령은 김성호·원세훈 원장과 공모해 국고를 손실하고 뇌물을 받았으며 피고인은 이를 방조했다”고 주장했다. 김 전 기획관의 변호인은 “사실관계를 대체적으로 인정한다”고 밝혔다.
검찰의 공소사실 낭독을 묵묵히 듣던 김 전 기획관은 법정에서 자필로 적어온 메모를 읽었다. 김 전 기획관은 “저는 제 죄에 대해 아무런 변명도 하지 않을 것이고 남은 여생동안 속죄하는 마음으로 반성하며 살겠다. 평생을 바르게 살려고 최선을 다했는데 불현듯 우를 범해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었다”며 국민들에게 사죄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이 시간에 전직 대통령이 소환조사를 받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철저한 수사를 통해 모든 진실이 밝혀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저도 사건의 전모가 국민들에게 알려질 수 있도록 최대한 성실하고 정직하게 수사와 재판에 참여하겠다”고 김 전 기획관은 밝혔다.
한편 재판부는 김 전 기획관이 구속된 지 한 달이 넘었는데도 검찰이 변호인의 수사기록 열람·등사를 허락하지 않은 데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검찰은 “공범 수사가 진행되서 부득이하게 못하게 됐다. 공범 수사를 신속하게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재판부가 “이명박 전 대통령을 기소하면서 같이 정리한다는 것인가”라고 묻자 검찰은 “그렇게 예상하고 있다”고 답했다. “구속된 지 한 달 반이 다 되가는데 아무 얘기 안 하다가 이제와서 기록 복사 못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려고 재판을 하느냐”고 지적한 재판부는 “시간에 쫓겨 재판을 진행할 생각이 없으니 보석으로 피고인을 석방할 수도 있다”며 검찰의 협조를 요청했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