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검찰 출석
이명박 전 대통령이 14일 검찰에 출석하면서 읽은 입장문에서 미리 써 놨지만 읽지 않고 건너뛴 문장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 22분께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한 뒤 윗옷 안쪽 주머니에서 에이(A) 4 용지 한 장을 꺼낸 뒤 큰 글씨로 인쇄된 글을 천천히 읽었다. “저는 오늘 참담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라고 말문을 연 뒤 이 전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으로서 물론 하고 싶은 이야기도 많습니다마는 말을 아껴야 한다고 스스로 다짐하고 있습니다”고 읽은 뒤 다음 문장을 읽지 않았다. 이 전 대통령이 읽지 않은 문장은 사진공동취재단의 카메라에 잡혔는데, “이번 일이 모든 정치적 상황을 떠나 공정하게 이루어지기를 기대합니다”였다. 이 전 대통령은 이어 “다만 바라건대 역사에서 이번 일로 마지막이 됐으면 합니다. 다시 한 번 국민 여러분들께 죄송스럽다는 말씀을 드립니다”며 입장문 읽기를 마쳤다.
국민이 지켜보는 데에서는 하지 않은 “정치적 상황을 떠나 공정하게”라는 말을 이 전 대통령은 검찰 간부와의 면담 자리에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청사에 들어선 이 전 대통령은 조사실로 향하기에 앞서 한동훈 3차장 검사를 만나 조사 방식과 일정에 관한 설명을 들었다. 이 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주변 상황(에 대한 고려)이나 편견 없이 조사해줬으면 좋겠다”는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한 차장검사는 “법에 따라 공정히 수사하겠다”고 답했다. 공정한 검찰 수사를 희망한다는 취지로, 유일하게 이번 수사와 연관된 내용으로 읽힐 수 있는 문장을 읽지 않은 이유에 대해 이 전 대통령 쪽은 별다른 의미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 전 대통령이 준비한 에이 4 용지에는 밑줄을 친 부분도 있었다. 이 전 대통령은 “민생경제가 어렵고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환경이 매우 엄중한 때 저와 관련된 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려서 대단히 죄송합니다”라는 문장에서 ‘엄중한’에 밑줄을 쳤다. 또 “말을 아껴야 한다고 스스로 다짐하고 있습니다”라는 문장에도 밑줄을 그었다.
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
[관련 영상] <한겨레TV> | 더정치
뇌물수수·횡령·조세포탈 등 혐의를 받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준비해온 입장문을 읽고 있다. 빨간 원 안은 원고로 준비했으나 읽지 않은 두 줄. “이번 일이 모든 정치적 상황을 떠나 공정하게 이루어지기를 기대합니다.”라고 쓰여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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