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일 검찰총장이 지난 1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검찰이 14일 100억원대 뇌물수수 혐의 피의자로 이명박 전 대통령을 소환 조사하면서 법조계 안팎에서는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가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금까지 검찰 조사를 받은 네 명의 전직 대통령은 서거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제외하고는 모두 구속을 피해가지 못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송경호)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 신봉수)는 이날 이 전 대통령 조사를 마친 뒤 혐의와 관련된 수사 내용을 토대로 이르면 이번주 중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론 낼 것으로 전망된다. 이 전 대통령 조사 뒤 수사팀이 의견을 모으면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은 15일 문무일 총장에게 조사결과와 수사팀 의견 등을 정리해 보고할 것으로 보인다. 문 총장이 최종 승인을 하는 형식이겠지만, 검찰 안팎에서는 문 총장이 사실상 수사팀의 의견을 고스란히 수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수사팀은 내부적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쪽으로 기울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대통령이 받는 혐의만 20여개에 이르는 등 사안이 매우 중대한데다, 수사기간이 길지 않았는데도 그사이 100억대 뇌물 혐의에 350억대 횡령, 수십억대 조세포탈 등 ‘역대급’ 혐의가 줄줄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한때 “시효가 지난 것들도 있기 망정이지, 수사를 마냥 이어간다면 뭐가 더 나올지 알 수 없는 수준”이라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죄질도 좋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삼성에서 ‘다스’ 소송비를 처음 대납받은 시기가 2007년 대선 전후로 다스 실소유주를 포함한 비비케이 의혹이 한창 불거지고, 심지어 검찰 수사가 진행되던 때이기도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 시점에도 비자금을 조성하고 뇌물을 챙긴 혐의도 국민들에겐 충격적이다. 수사팀 내에서는 국정원 특수활동비 상납과 관련해 ‘방조범’이던 김백준 전 총무기획관이 구속기소돼 재판에 넘겨지고, 이병모 청계재단 사무국장, 이영배 금강 대표 등 이 전 대통령의 ‘재산관리인’들도 잇따라 구속기소된 점을 고려하면 형평성 차원에서도 전직 대통령을 예외로 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강했다.
한때 검찰 내 일부에서 신중론이 제기된 적이 있긴 하다. 이 전 대통령의 도주 우려가 없으며, 두 전직 대통령을 1년 사이에 차례로 구속하는 것에 대한 정치적 부담 등을 고려한 의견이었다. 하지만 이날 이 전 대통령 조사를 끝으로 이런 신중론은 검찰 내부에서도 설 자리가 없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전 대통령이 막판에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뇌물로 받은 돈을 내놓는 등 파격적인 태도를 보이며 불구속 재판을 호소할 가능성을 스스로 닫아버렸기 때문이다. 수사팀은 대외적으로 “결정된 건 없다”며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지만, 이 전 대통령이 혐의를 부인하고 ‘정치적 탄압’ 주장을 이어가고 있어 오히려 수사팀이 선택을 하는 데 부담을 던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은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최종 결정하기까지 시간을 오래 끌지 않을 거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내부 의견 수렴 등을 거쳐 다음주 초에 결정될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한 검찰 관계자는 “검찰은 전직 대통령 조사 트라우마가 있다. 피의자 소환 통보부터 소환까지, 또 구속영장 청구 때까지 혹시나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지 않을지 걱정이 클 수밖에 없다”며 “그럴 경우 여론이 하루아침에 뒤바뀔 수 있기 때문에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빠르게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 때 검찰은 소환 조사 이후 23일 동안 아무런 결정을 하지 않았고, 심리적 압박을 견디지 못한 노 전 대통령이 극단적 선택을 하게끔 내몰았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소환부터 구속영장 청구까지 걸린 시간은 6일이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