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스 실소유주·삼성 소송비 대납 등 혐의 전혀 인정안해
측근 진술엔 “자신들의 처벌을 경감 받기 위해 허위진술”
영포빌딩 발견 다스 문서는 “조작된 것으로 보인다” 주장
이명박 전 대통령이 15일 새벽 21시간의 밤샘 조사를 받고 귀가하기 위해 차량에 오르고 있다. 신소영 기자
100억원대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검찰에서 21시간 동안 밤샘 조사를 받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10만달러(약 1억여원)를 받은 혐의를 제외하곤 전부 부인했다고 검찰이 15일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이 전 대통령이) 거의 대부분 혐의에 대해 본인은 알지 못한다, 기억나지 않는다, 했다면 실무진이 본인에 대해 보고하지 않고 했을 것이라고 부인하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일부 혐의 사실관계에 대해서 인정한 부분 없는 것은 아니다”라며 “예를 들어 국정원 자금 관련한 부분 중에서 원세훈씨로부터 김희중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을 통해 10만달러(약 1억원)를 받은 사실 자체는 인정했고, 사용처는 밝히지 않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어 “통상적인 경우라면 (피의자) 진술내용에 대해서 추상적으로 말하는데 국민적 관심이 있는 만큼 오보 등이 날 수 있어서 설명드리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검찰 설명을 종합하면, 이 전 대통령은 조사가 끝난 뒤 190쪽 분량의 진술조서를 직접 변호인 4명과 검토하고 구체적인 수정해달라고 요청했으며, 검찰은 이를 충분히 반영했다고 한다. 특별한 마찰이나 이견은 없었고, 가능하면 이 전 대통령 입장을 많이 듣는 방식으로 조사를 진행했다고 한다. 이 전 대통령은 조사에서 그동안 검찰이 수사한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재산관리인인 이병모 청계재단 이사장, 이영배 금강 대표, 김성우 다스 사장, 조카인 이동형 다스 부사장, 뇌물공여자로 지목된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등의 진술에 대해 전부 “자신들의 처벌을 경감받기 위한 허위진술이 아닌가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퇴임 뒤 다스 승계 등과 관련된 청와대 문건에 대해서도 이 전 대통령은 “보고받은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으며, 영포빌딩에서 발견된 다스 관련 다른 문서에 대해서도 “조작된 문서로 보인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대통령은 또 삼성의 다스 소송 비용 대납에 대해 “그 사실을 알지 못했고, 에이킨검프가 무료로 소송을 도와주는 것 정도로 들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큰형인 이상은씨 명의의 도곡동 땅 판매대금 중 67억원을 논현동 사저 건축대금등으로 사용한 사실관계는 인정했지만, “빌린 돈이고, 다만 이자는 주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전 대통령이 인정했다는 10만 달러는 이 전 대통령의 측근이던 김희중 전 실장이 검찰 조사에서 자백한 내용이다. 그는 국정원에서 받은 10만 달러를 미국 국빈 방문 전 김윤옥 여사 보좌진에게 전달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이 전 대통령은 돈의 사용처를 밝히지 않았고, 김 여사와 관련성에 대해서도 말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 전 대통령은 검찰 조사에서 자신의 재임 기간 순방 일정 등이 담긴 일정표를 제출하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빽빽한 일정표로, 굉장히 바쁘셨다는 취지가 담겼다. 알리바이 용도는 아니고, 업무가 많았다는 설명 정도였다”고 전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관련 영상] <한겨레TV> | 더정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