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이 15일 새벽 21시간의 밤샘 조사를 받고 귀가하기 위해 차량에 오르고 있다. 신소영 기자
검찰이 이명박 전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에게 성동조선의 불법자금 약 5억원이 전달된 단서를 잡은 것으로 15일 확인됐다. 성동조선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앞뒤로 경영난을 겪다가 이명박 정부 시기인 2010년 이래 한국수출입은행 등으로부터 총 9조6000억여원을 지원받은 기업으로, 최근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송경호)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 신봉수)는 전날 이 전 대통령을 14시간가량 조사하며, 김 여사에게 전달된 5억여원에 대해 캐물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이 전 대통령의 사위 이상주 변호사는 최근 두번째 검찰조사에서 성동조선이 이팔성 전 우리금융 회장을 통해 이 전 대통령 쪽에 건넨 불법자금 20억여원 중 5억원 가까이가 김 여사에게 전달됐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조사 내용에) 이팔성 전 회장으로부터 불법자금을 받았다는 내용이 포함됐고, 이 전 대통령 상대로 문답이 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이 전 회장으로부터의 금품수수 자체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조사 과정에서 이 전 회장이 이 전 대통령 형인 이상득 전 의원(8억원)과 사위 이 변호사(14억5000만원)에게 건넨 돈 총 22억5000만원 가운데 20억여원은 출처가 성동조선인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검찰은 당장 김 여사를 소환할 계획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새벽 귀가한 이 전 대통령은 전날 오전부터 14시간여 진행된 검찰 조사에서 측근과 가족 등 주요 관련자들의 진술을 전면 부인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조사에서 작성된 피의자 신문조서는 A4 종이 190여쪽으로, 1년 전 소환·구속된 박근혜(66) 전 대통령 조서(100여쪽)의 2배 분량에 이르렀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거의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 구속영장 청구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영장 청구 여부는 이르면 이번주 안에 결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양진 서영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