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이 뇌물수수 협의 등으로 14일 오전 검찰에 소환되어 21시간의 조사를 마친 후 15일 새벽 서울중앙지검을 나서 승용차에 오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검찰이 19일 이명박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법조계 안팎에서는 벌써부터 구속영장이 발부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혐의가 중대하다는 점도 있지만, 법조인들은 증거인멸 가능성에 더 주목했다. 이 전 대통령이 지난 14일 검찰 조사 때 대부분 혐의를 부인했기 때문에 관련자들을 회유하거나 말을 맞출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형사소송법(70조)상 구속영장 발부 여부는 △일정한 주거가 없거나 △증거인멸·도망 염려가 있을 때뿐 아니라 범죄의 중대성 등을 고려하게 돼 있다. 한 판사는 “이런 기준에서 볼 때 이 전 대통령은 구속영장 발부에 필요한 사유를 거의 다 갖췄다고 보면 된다”며 “객관적 증거에도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어 ‘말맞추기’ 등 증거인멸을 시도할 여지가 많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실제 이 전 대통령 혐의의 핵심 근거가 되는 다스 실소유 의혹과 관련해 김성우 전 다스 사장 등 전·현직 경영진과 ‘재산관리인’ 이병모 청계재단 사무국장 등이 이 전 대통령을 다스의 실소유주로 지목한 바 있다. 이들이 과거 최측근이었다는 점에서, 이 전 대통령 쪽의 회유 가능성이 남아 있는 셈이다.
이 전 대통령의 범죄 혐의 중 일부만 인정돼도 중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영장 발부 사유 중 하나로 꼽힌다. 한 부장판사는 “전직 대통령이지만, 통상적으로 법원은 실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크면 ‘도망 우려’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검찰이 구속영장에 기재한 이 전 대통령의 뇌물 액수는 삼성의 다스 소송비 대납을 포함해 110억여원에 이른다.
현행법상 뇌물 액수가 1억원이 넘으면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의 적용을 받아 10년 이상의 형이 나오고, 판사가 재량으로 감경하더라도 5년 이상의 형이어서 집행유예 선고는 불가능하다. 이 전 대통령은 이미 검찰 조사에서 김희중 전 청와대 부속실장을 통해 국정원 특수활동비 10만달러(약 1억원)를 받은 사실을 인정한 바 있어, 특가법 적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 전 대통령의 범죄사실 중 일부 혐의의 ‘종범’들이 구속된 것도 이 전 대통령에게 불리한 요소다. 검찰 관계자는 “핵심 실무자가 구속된 점을 고려할 때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으면 동일한 사건에 대한 형평성이 흔들리게 된다는 점도 충분히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요소를 떠나 ‘사안의 중대성’만 놓고 보더라도 구속 사유가 충분하다는 게 중론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 전 대통령에게 적용된 혐의가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교하더라도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가볍지 않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은 오는 21일이나 22일 열릴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의 경우 8시간40분 동안 영장심사가 진행됐고, 이튿날인 지난해 3월31일 새벽 3시5분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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