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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영장심사 거부한 MB, 증거 앞에 할말 잃었나

등록 2018-03-20 20:21수정 2018-03-20 23:04

“검찰에서 다 밝혀” 본격적인 ‘정치보복’ 프레임으로 전환
소환 때 불리한 물증 확인…대응에 실익 없다 판단했을 가능성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15일 아침 검찰 조사를 받은 뒤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를 나서고 있다. 신소영 기자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15일 아침 검찰 조사를 받은 뒤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를 나서고 있다. 신소영 기자
이명박(77) 전 대통령이 오는 22일 예정된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거부했다. 지난 14일 검찰 조사 때처럼 전면 부인 외에 별다른 소송 전략 없이 ‘정치보복’ 프레임을 밀어붙이려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 전 대통령 쪽은 20일 “검찰에서 입장을 충분히 밝힌 만큼 법원의 심사에 출석하지 않기로 했다”고만 밝혔다. 영장심사가 피의자의 발언권·방어권 보장을 위한 절차이지만, ‘더는 할 말이 없다’는 것이다. 이 전 대통령 핵심 측근도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검찰에서 이미 소명을 모두 했다. 전직 대통령이 검찰에 나가고, 또 법원에 나가는 것이 모양새가 좋지 않다”며 “일단 법적 절차는 지켰고, 심사에 나가지 않는 것은 자신의 권리를 포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수사가 탄탄하게 이뤄져 대응 논리나 전략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측근들의 진술 등이 알려지긴 했지만 직접 구체적인 내용과 확보된 물증을 본 것은 소환 조사 때가 처음이었다. 검사장 출신 한 변호사는 “이 전 대통령이 영포빌딩 청와대 문건에 대해 ‘날조했다’고 했다는데, 오죽했으면 그랬겠느냐. 더 다퉈봐야 ‘말만 꼬이고 망신 당하겠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도 구속영장 발부를 기정사실로 보고 있어 심사 출석에 실익이 없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이 전 대통령이 향후 수사·재판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처럼 ‘정치보복’을 주장하며 정치 쟁점화하려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검찰 한 간부는 “자백하든 안 하든 중형 선고가 불가피한 상황이라, 재판 거부 등으로 최소한의 자존심을 지키려 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검찰 조사에 앞서 “말을 아끼겠다”던 이 전 대통령 쪽이 검찰의 영장 청구 직후 “정치검찰을 비롯한 국가권력이 총동원돼 진행된 이명박 죽이기”라고 목소리를 높인 것도 이런 기류를 반영한다.

이 전 대통령의 구속 여부는 심리를 맡은 서울중앙지법 박범석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검찰·변호인 양쪽 서류만 살펴보고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구속영장 발부 전 이 전 대통령이 법원이 정한 인치 장소에 출석할지도 미지수다. 영장이 발부되면 검찰이 구속을 집행하러 이 전 대통령 자택으로 갈 수도 있다. 현재도 영장심사를 위한 ‘간이 구인영장’은 발부된 상태지만, 검찰 관계자는 “법원에 나와 말할 권리를 포기한 건 도주가 아니어서 체포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김양진 김남일 기자 ky029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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