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월 작성된 ‘군의 질서 유지를 위한 병력 출동 관련 문제 검토’ 문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당시 계엄령과 위수령 발동을 검토한 내용이 담겼다. 이철희 의원실 제공
국방부가 지난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 위수령을 검토했다는 문건이 공개되면서 당초 관련 사실을 첫 폭로한 군인권센터가 관계자들을 강제수사할 것을 촉구했다.
군인권센터는 21일 성명을 내어 “‘박근혜 퇴진 촛불집회’에 병력을 투입, 친위 쿠데타 음모의 진상이 낱낱이 밝혀졌다”며 “한민구 전 국방부 장관 등 군 관계자와 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 관계자들에 대한 수사에 착수하라”고 요구했다.
전날 이철희 의원실은 ‘위수령에 대한 이해’ ‘군의 질서 유지를 위한 병력 출동 관련 문제 검토’ 2가지 문건을 공개했다. 해당문건은 박 전 대통령이 직무정지된 상태였던 지난해 2월 작성된 것으로, 광역자치단체장의 위수령 발동 요청을 대비해 병력 출동 부대와 규모·무기 휴대 범위 등에 대한 사전 계획을 세우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병력 출동의 근거로 계엄령이 더 적합하다고 적시하기도 했다.
‘병력 출동 관련’ 문건을 보면, 비상계엄시 “체포·구금·압수·집회 또는 단체행동에 대한 특별한 조치를 통하여 질서유지 활동 여건이 보장”된다며 “군이 주도적으로 치안질서 유지 활동을 할 수 있다”고 써있다. 반면, 위수령이 발동될 경우 “재해복구와 같은 물리적 복구 및 경찰 등 행정청의 치안유지 활동을 보충하는데 그쳐야 하며, 군에 의한 주도적인 치안 유지 활동은 불가하다”며 “위수령을 근거로 군병력이 민간 치안을 대신해 병력출동 및 활동이 이뤄질 경우 위헌·위법이라는 반발에 직면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계엄령을 추천하기도 했다. 계엄령은 대통령이 명할 수 있는 것으로 당시 박 대통령은 직무가 정지된 상태라 직무대행이던 황교안 국무총리의 대통령 권한 범위는 논란거리였다. 촛불 정국 당시 보수단체들은 황 전 총리에게 계엄령을 선포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군인권센터는 “군이 이 문건을 작성한 것은 명백히 탄핵이 기각된 이후를 대비한 것이고, 대통령의 권한인 계엄령을 준비·검토하는 것은 청와대와의 교감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며 “병력 투입의 전모와 배후를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군인권센터는 또 “해당 문건을 작성한 법무관리관은 여전히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고, 이에 동조하고 자문했던 법무 계통 역시 군 수뇌부에 잔존하여 암약하고 있다”며 법무부와 검찰에 즉각 수사에 착수할 것을 촉구했다.
앞서 지난 8일 군인권센터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2016년 12월9일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 된 후, 국방부 내에서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심판을 기각할 것에 대비해 군 병력 투입을 준비해야 한다는 논의가 있었다”며 “당시 구홍모 수도방위사령관(중장, 현재 육군참모차장)이 직접 사령부 회의를 주재해 ‘소요사태 발생시 무력 진압’을 구체적으로 논의했다”고 주장했다. 구 참모차장은 폭로 다음날 의혹을 부인하며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장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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