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구속수감된 이명박(77) 전 대통령이 검찰의 수사 타깃으로 전면에 등장한 것은 3개월 전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국가정보원 선거개입 수사 등이 진행되고 있었지만, 이 전 대통령의 처벌을 전제로 한 본격 수사가 시작된 건 올 1월부터”라고 전했다.
<한겨레> 취재 결과, 김성우·권승호 전 ㈜다스 경영진이 검찰에 자수서를 내며 2007~2008년 검찰·특검 수사 때 진술을 번복한 것이 1월3일께로 확인됐다. 이들은 당시 이 전 대통령이 다스 설립과 350억원 가까운 비자금 조성을 지시한 사실을 털어놓았다고 한다. 비슷한 시기에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불법자금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소환된 김주성·목영만 등 전직 국정원 기조실장들이 ‘이명박 청와대’에 돈을 상납한 사실을 진술했고, 이후 수사는 급물살을 탔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 신봉수)가 ‘다스 부분’을, 특수2부(부장 송경호)가 ‘뇌물 부분’을 각각 맡아 내사에 착수했고, 1월12일에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과 김희중 전 제1부속실장 등 최측근들에 대해 압수수색을 하며 사실상 공개수사로 전환했다. 당시 검찰이 파악하기로는 국정원에서 뇌물 형식으로 이 전 대통령에게 전달한 불법자금 액수가 5억여원에 달해 이 한 건만으로도 구속될 수 있는 중대한 혐의였다. 여기에 40년 넘게 이 전 대통령의 ‘집사’ 노릇을 하며 내부 사정을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던 김 전 기획관이 1월17일 구속 이후 기존 진술을 180도 바꿔 이 전 대통령의 범행에 대해 구체적으로 진술하면서 수사는 일파만파 확대됐다고 한다.
이 전 대통령은 김 전 기획관 구속 당일 “보수궤멸 공작이고 노무현 전 대통령 죽음에 대한 보복”이라고 강하게 반발했지만, 검찰은 2월5일 김 전 기획관을 구속기소할 때 이 전 대통령을 뇌물수수의 ‘주범’으로 적시하며 응수했다.
수사가 또 다른 변곡점을 맞은 건 1월25일 영포빌딩 압수수색 때다. 다스 계열사들의 자금 흐름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각종 불법자금이 영포빌딩 쪽으로 유입된 단서를 포착해 이뤄진 압수수색이었는데, 검찰은 뜻밖에 이 전 대통령이 삼성에 다스 소송비 68억원을 대납하도록 한 청와대 보고 문건까지 확보하게 됐다. 당시는 다스가 에이킨 검프라는 미국 최대 규모의 법무법인을 선임하면서도 송금한 내역은 전혀 나오지 않아 관련자들을 추궁하고 있던 때였다. 다스 소송비 출처를 국정원으로 의심하는 등 자칫 오리무중에 빠질 뻔한 상황에서 영포빌딩 압수수색이 극적인 반전을 가져온 셈이다.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최등규 대보그룹 회장, 김소남 전 국회의원 등이 이 전 대통령에게 건넨 ‘민간 영역 뇌물’의 단서 역시 영포빌딩에서 발견됐다. 검찰이 영장청구서에 영포빌딩을 ‘이 전 대통령의 비자금 저수지’라고 표현한 이유다. 이후 2월8일 삼성전자 사옥 압수수색, 2월15일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 등 뇌물공여자 소환 조사가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이 전 부회장 등이 자백하면서, 이 전 대통령 소환이 불가피한 상황이 됐다.
이 전 대통령은 결국 3월14일 검찰 포토라인에 섰다. 문무일 검찰총장과 수뇌부 등이 닷새의 검토 끝에 구속영장 청구를 결정했고, 22일 법원은 이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내사 착수 3개월 만이고, 다스 실소유주 논란이 제기된 지 10년여 만이다.
김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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