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일 검찰총장이 29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소희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검찰 개혁 현안에 대해 뚜렷한 목소리를 내지 않고 관망하던 문무일 검찰총장이 29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검찰의 의견을 비교적 구체적으로 밝혔다. ‘총론’에서는 그동안 청와대나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가 논의해 온 방향과 궤를 같이하지만, 몇 가지 핵심 각론에서 정부 추진 방향에 이견이 있다는 점도 분명히 드러냈다.
문 총장이 이날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와 관련해 “반대하지 않는다”고 분명히 밝힌 것은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7월 국회 인사청문회 등에서 “더 효율적인 시스템을 찾을 수 있다”거나, 지난 13일 국회에서 “위헌적 요소를 제거해야 한다”며 애매한 태도를 유지했던 것에 비해 좀 더 분명한 메시지를 내놓은 것이다.
수사지휘권 문제나 검찰의 직접수사 축소 등 수사권 조정의 큰 틀에 관해서도 그간 논의됐던 청와대의 ‘권력기관개편방안’(지난 1월)이나 법무·검찰개혁위원회의 ‘검경 수사권 조정안’(2월) 등과 크게 어긋나지 않는 것으로 평가된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도 이날 “검찰의 직접수사는 최소화하고 경찰 수사에 대한 사법통제에 충실하겠다는 (문 총장의) 말에 원칙과 방향의 측면에서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밝혔다.
다만 문 총장은 수사권 조정 현안의 주요 당사자인 검찰이 논의에서 배제되고 있는 데 대한 불만을 표출했다. 지난달부터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박상기 법무부 장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한인섭 법무·검찰개혁위원회 위원장, 박재승 경찰개혁위원회 위원장 등이 수차례 회동한 바 있지만, 문 총장에게는 논의 내용을 전달하지 않았다고 한다. 문 총장은 이날 작심한 듯 “수사권 조정과 관련해 저희의 의견제시 과정은 없었고, 법무부에 자료가 있느냐, 조정안이 있느냐 등을 물어본 적이 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대체로 검찰의 권한을 제한하는 쪽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음에도 의견 개진 기회가 주어지지 않은 데 대한 불만 토로로 풀이된다.
문 총장이 이날 수사권 조정이 실효적인 자치경찰제 도입과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등 ‘각론’에서 논쟁적인 화두를 던진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지역 주민이 뽑은 지방자치단체장 아래 경찰을 두는 자치경찰제도는 문 대통령의 공약사항이기도 하지만, 그 실행 방안은 구체적으로 확정되지 않았다.
문 총장은 특히 경찰에게 수사종결권을 주는 방안과 관련해 “현대 민주국가 중에서 우리처럼 ‘중앙집권적 단일조직의 국가경찰 체제’를 가지고 있는 나라는 없다”며 “일선 경찰서 단위 사건을 모두 자치경찰이 담당하는 실효적 자치경찰제를 전면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총장은 이어 “자치경찰제가 도입되면 수사권 조정이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검사의 사법통제는 경찰의 사건 송치 이후 기소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 범위로 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문 총장은 또 “경찰이 (사건을) 전건 송치하지는 않겠다는 것은 ‘불기소 의견’ 사건을 검찰에 안 보내겠다는 의미”라며 “(5인 회의에서) 그런 논의를 했다는 건 상상하기 어렵고, 법률을 전공한 분이 그렇게 생각하셨을까라는 생각도 든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문 총장이 말씀하는 자치경찰 부분은 더 논의가 필요하다. 자치경찰제를 순차적으로 확대해나가면서 수사권 조정도 병행해 진행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