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피의자의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해 피의자에게 조사과정을 기록할 노트를 제공한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등이 줄기차게 요구해 온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 방안을 수용한 것이다.
경찰청은 1일부터 6월30일까지 3개월동안 서울 서초·광진·용산·은평·서부 등 5개 경찰서에서 ‘자기변호노트’ 제도를 시범 운영한다고 이날 밝혔다. ‘자기변호노트’는 피의자가 경찰 조사 과정에서 본인이 한 진술과 조사내용을 기록할 수 있는 24페이지짜리 소책자다.
‘자기변호노트’에는 노트사용설명서·자유메모·체크리스트·피의자 권리 내용 등이 담긴다. 피의자는 자신의 진술 내용을 기록할 수 있고, 진술거부권·변호인조력권을 고지받았는지 휴식시간은 제공받았는지 등 피의자의 권리가 제대로 지켜졌는지도 체크할 수 있다. 피의자의 기록이기 때문에 경찰은 자기변호노트 기록 내용을 확인할 수 없다.
민변 등은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과 수사기관의 강압적 수사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자기변호노트’ 도입이 필요하다고 꾸준히 요청해 왔다. 수사기관의 강압 수사와 자백 강요 등에 맞서기 위해서는 기록이 필요한데, 피의자는 자신이 어떤 진술을 했는지 간단한 메모조차 할 수 없는 처지였기 때문이다. 이에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지난해 티에프(TF)를 구성해 경찰청에 제도 시행을 제안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인권 경찰’로 변신을 꾀하고 있는 경찰 조직이 이를 수용한 셈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자기변호노트팀’에서 활동한 송상교 변호사는 “피의자가 수사기관에서 조사받을 때 조사 절차와 내용을 적을 수 있도록 허용되는 최초의 사례”라며 “수사기관과 피의자가 대등한 관계에 있지 않기 때문에 자기변호노트를 사용하는 것만으로 수사 관행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장수경 신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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