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의 한 식당에서 제주 4·3 사건을 추모하기 위해 제주도 출신들에게 무료 식사를 제공한다는 내용의 입간판을 내걸었다.
“4월2일 제주도민들께 식사 대접하고 싶습니다. 꼭 와주세요.”
지난 1일 서울시 마포구에 있는 한 식당 입간판에 ‘특별한 초대장’이 적혔다. 제주 4·3사건의 슬픔과 아픔을 위로하기 위해 제주 출신들에게 식사를 대접한다는 내용이었다. 주로 제주에서 배송된 식자재를 사용해 만든 음식을 파는 이 가게의 주인 이가희씨(39)는 “지난해 가게를 열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소소한 것으로 사회에 참여하고 싶었다”며 “현대사에 대해 심도 있게 배우지 못한 세대라 개인적으로 공부하다 보니 제주가 슬픈 땅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내가 사랑하는 제주를 아끼는 마음으로 역사도 나누고 싶었다”고 말했다.
4·3사건 70주년을 맞아 저마다 자기 자리에서 추모에 동참하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 제주도의 한 식당에선 지난 3월 말부터 4·3의 상징인 동백꽃 모양 배지를 착용하거나 ‘4·3평화공원’ 혹은 ‘너븐숭이 4·3기념관’을 방문한 사람에게 부리또 메뉴를 무료로 주고 있다. 이 업소 사장 정미화(39)씨는 “소설 순이삼촌을 통해 4·3에 대해 알고는 있었고 3년 전 제주로 이사 오면서는 더 자주 4·3의 아픔을 접하게 됐다”며 “이벤트라고 보시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픈 역사의 상처를 보듬는데 작은 힘을 보태는 취지”라고 말했다. 이 가게는 오는 3일 하루 동안 추모를 위해 가게 내에서 음악을 틀지 않고, 손님들에게 4·3을 알릴 수 있도록 테이블마다 관련 메모를 비치할 계획이다.
4·3사건을 기억하기 위한 배지를 나누는 곳도 많다. 제주 삼양의 한 커피숍에선 손님들이 부담 없이 가져갈 수 있도록 출입문 창가에 동백꽃 배지를 뒀다. 준비해 둔 배지 40개 정도가 2~3일 만에 절반으로 줄었다고 한다. 이화여대 총학생회도 3일 오전 11시부터 학생문화관 로비에서 동백꽃 배지와 4.3 소책자를 배부한다. 동백꽃 배지는 4·3의 영혼들이 붉은 동백꽃처럼 차가운 땅으로 스러져갔다는 의미를 담아 4·3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창작 활동과 크라우드펀딩을 연결하는 사이트 ‘텀블벅’에선 청년협동조합 몽땅이 지난달 23일부터 이달 7일까지 ‘4·3사건 메모리얼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작은 돌무덤과 아이가 죽어가며 손에 꼭 쥐었던 고무신, 동백꽃을 함께 디자인한 ‘너븐숭이(4·3 당시 대표적 학살 사건이 있었던 제주 조천읍 북촌리에 있는 지형) 애기무덤 배지’와 동백꽃 모양의 자수를 한 양말, 4·3 70주년 기념사업회에서 제작한 지도와 소책자가 한 묶음이다. 후원금 일부는 ‘너븐숭이 4·3기념관’에서 무료 배포할 전단과 기념품을 만들어 기증한다. 2일 현재 달성률이 269%에 달해 400만원이 넘게 모였다. 이 단체의 대표 이연지(28)씨는 “세월호는 노란 리본으로 기억하는데, 4·3은 아직 모르는 사람들도 많아서 청년들에게 4·3을 알리고 싶다는 마음으로 프로젝트를 기획했다”며 “희생당한 아이들이 손에 쥐고 죽어간 신발을 만들기 어려워서 양말에 동백꽃 문양의 자수를 넣게 됐다”고 말했다.
글·사진 장수경 기자
flying710@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