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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5년전 검찰, ‘채동욱 사찰’ 국정원-청와대 윗선 단서 덮었다

등록 2018-04-04 05:00수정 2018-04-04 10:55

당시 ‘봐주기 수사’ 정황
“국정원 얘기 땐 힘들어진다 들어”
강남교육장 검찰 조사에서 진술
청와대, 채군 혈액형 암행감찰
대검에 전화해 총장사퇴 종용도

탄력붙은 재수사
국정원 실·국장 입수한 ‘채군 첩보’
송 정보관에 주고 검증 지시 드러나
윗선캐기 청와대까지 뻗어갈지 주목
법무부의 감찰지시와 관련해 사의를 표명한 채동욱 검찰총장이 2013년 9월 13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청사를 나서고있다.김태형기자xogud555@hani.co.kr
법무부의 감찰지시와 관련해 사의를 표명한 채동욱 검찰총장이 2013년 9월 13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청사를 나서고있다.김태형기자xogud555@hani.co.kr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팀장 박찬호 2차장)이 국가정보원의 수사 의뢰로 2013년 ‘채동욱 전 검찰총장 찍어내기’ 사건 재수사에 나서면서 그동안 제기됐던 국정원과 청와대의 조직적 개입 의혹의 실체가 드러날지 주목된다.

검찰은 지난달 29일 서천호 전 국가정보원 2차장과 고일현 전 국익전략실장, 문정욱 전 국익정보국장 등 3명이 수감된 구치소를 압수수색했다. 이들은 2013년 6월 채동욱 당시 검찰총장의 혼외자와 관련된 정보를 불법으로 수집했던 송아무개 정보관의 직속상관들이다. 검찰은 최근 수사 과정에서 국정원 직원이 입수한 ‘첩보’가 고 전 실장을 통해 문 전 국장에게 전달됐고, 문 전 국장이 송 정보관에게 채 전 총장 혼외자 검증을 지시한 사실을 파악했다.

2013년 ‘청와대의 뜻’과 달리 국정원의 대선개입 사건 수사를 적극적으로 이끌었던 채 총장은 그해 9월 혼외자가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물러났다. 당시 채 총장 찍어내기가 국정원과 청와대 ‘공동사찰’의 결과라는 지적이 있었지만, 총장 교체 뒤 이어진 수사에서 검찰은 국정원 ‘윗선’을 밝혀내지 못하고, 청와대에 면죄부만 주는 결론을 내렸다.

‘정권 역린’ 건드린 날, 혼외자 정보 유출

3일 <한겨레>가 입수한 혼외자 정보 불법수집 사건의 증거기록 등을 보면, 국정원의 혼외자 정보 수집이 당시 정권의 ‘눈엣가시’였던 채 총장을 겨냥한 것이라는 정황이 곳곳에서 확인된다.

송 정보관이 유아무개 강남교육지원청장에게 채아무개군의 ‘학교생활기록부’ 출력을 부탁한 때는 6월7일이다. 당시는 채 총장이 청와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적용을 검토하는 등 상황이 긴박하게 흐를 때였다. 하지만 이날은 금요일로 해당 초등학교의 재량 휴업일이었고, 월요일인 10일 오전 송 정보관은 다시 “말씀드린 내용을 서둘러 달라”고 재촉했다. 채군의 담임은 화요일인 11일 아침 8시31분 채군의 학교생활기록부를 열람했다.

검찰은 송 정보관이 학교에서 받은 채군의 주민등록번호로 그날 오후 서초구청에 채군의 가족관계등록부 조회를 부탁했다고 보고 있다. 그가 구청에 조회를 요청한 6월11일은 검찰이 원 전 원장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겠다고 밝힌 날이다. 국정원과 박근혜 정부의 ‘역린’을 건드린 날, 채군의 개인정보는 학교와 구청을 통해 차례로 유출된 셈이다.

유 교육장은 이후 2013년 12월 검찰 조사에서 “출석요구를 받았다고 송씨에게 얘기하자 ‘검찰에서 나와 통화한 사실을 얘기하면 우리 회사가 엄청난 어려움을 겪는다. 이 사건이 마무리돼 가고 있는데 이 상황에서 국정원 이야기가 나오면 처음부터 헝클어지고, 국가적으로도, 교육장님도 힘들어진다’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청와대 “아무 문제 없으니 채군 혈액형 알려달라”

채 전 총장의 혼외자 의혹은 그해 9월6일 <조선일보>가 보도하면서 처음 대중에게 알려졌다. 보도 직후 이번엔 청와대가 검찰총장의 경질을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보도 다음날 민정수석실 직원이 채군의 가족관계등록부 출력을 위해 서초구청에 제출한 ‘업무협조 요청서’에는 이미 채군과 어머니 이름, 주민등록번호, 등록기준지 등 필요한 개인정보가 모두 포함돼 있었다. 국정원이 이미 불법 수집한 채군의 정보를 청와대가 건네받았다는 점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보도 이틀 뒤에는 청와대가 ‘암행감찰’을 이유로 일요일 새벽부터 해당 학교장을 채근해 채군의 혈액형까지 요구했다고 한다. 채군이 다녔던 학교의 남아무개 교장은 2013년 12월 검찰 조사에서 “보도 이후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나왔다는 분이 암행감찰 차원에서 필요하고 아무런 문제가 없으니 혈액형을 알려달라고 했고, 보건교사에게 알아보라고 한 뒤 알려줬다”고 진술했다.

이날 민정수석실 공직기강팀 관계자가 대검찰청에 전화를 걸어 “채 총장의 혈액형이 △형, 혼외자의 어머니 임○○씨가 △형, 혼외자가 △형인 사실을 확인했다. (혈액형은) 유력한 증거니까 채 총장이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뜻을 전했다고 한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당시 민정수석실이 일반인의 혈액형을 확인한 사실이 알려져 개인정보 불법취득 논란이 거셌지만, 관련자들은 아무런 처분도 받지 않았다.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 소속 김아무개 경정이 2013년 당시 반포지구대, 통의지구대 등에서 어머니 임씨의 각종 개인정보를 열람한 사실도 드러났지만 서면조사만 받았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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