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3월23일 새벽 서울 논현동 자택에서 구치소로 향하기 전 가족들을 향해 인사를 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재판 시작을 알리는 공판준비기일이 3일로 다가온 가운데, 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공소장의 몇 가지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1일 <한겨레> 취재 결과,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김성호 전 국가정보원장한테 뇌물로 받았다는 국정원 돈 4억원 가운데 2008년 3~5월께 받은 2억원과 관련해 이 돈을 전달한 혐의를 받는 김 전 원장을 조사하지 않은 채 공소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검찰은 지난 4월9일 이 전 대통령을 구속기소하며 “김 전 원장이 (이 전 대통령의) 국정원장 임명 강행에 대한 보답과 향후 국정원장 직무 수행과 관련해 각종 편의 제공을 기대하면서” 2008년 3~5월께 이 전 대통령에게 2억원을 전달했다고 공소장에 적었다. 하지만 김 전 원장은 수사 과정에서 검찰에 세차례 출석해 조사받았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고, 조서를 작성한 사실도 없다고 한다. 그런데도 김 전 원장은 4억원의 국고를 손실한 혐의로 불구속기소됐다. 검찰 고위직 출신 변호사는 “뇌물 사건에서 돈을 건넨 당사자를 조사한 조서도 없이 기소했다는 얘기는 처음 듣는다”고 했다.
이 전 대통령 공소장에 검사 3명이 공동서명한 것을 두고도 법조계에서는 “형사소송법의 원칙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이 대규모 수사팀을 꾸린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 사건, 2003년 불법 대선자금 수사 등에서도 공소장에 서명한 검사는 1명이었다. 검찰 고위직을 지낸 변호사는 “수사 검사들의 사기를 올려준다고 그렇게 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형사소송법의 근본과 배치되는 일이다. 검사는 국가소추권을 행사하는 단독 관청이기 때문에 공소장에는 수사를 책임진 검사 1명이 서명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반면 검찰 관계자는 공소장에 등장하지 않는 2억원 부분과 관련해 “김 전 국정원장은 관련 혐의를 전부 부인하는 입장이라 수사된 내용을 조사하는 단계에서 다 공개할 이유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그는 또 “공소장에 검사 3명의 이름을 올리는 것도 자주 있는 일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기소 때도 한웅재·이원석 두 검사의 이름이 올라갔고, 1심에서 아무런 문제 없이 유죄 선고가 나왔다”고 말했다.
강희철 김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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