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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국정교과서 ‘1948년 건국’ 논란…2020년부턴 ‘정부 수립’으로

등록 2018-05-02 11:59수정 2018-05-02 21:41

교육과정평가원, 최종시안 발표
지난 2월 한국사연구회, 역사문제 연구소 등 14개 학술단체 회원들이 서울 종로구 감사원 앞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적극 가담한 정부기관 감사를 촉구한다”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지난 2월 한국사연구회, 역사문제 연구소 등 14개 학술단체 회원들이 서울 종로구 감사원 앞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적극 가담한 정부기관 감사를 촉구한다”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2020년 중·고교에 적용되는 새 검정 역사교과서에 기존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 수립’이라는 표현이 각각 ‘민주주의’,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바뀌게 된다. ‘6·25 전쟁’은 ‘6·25 전쟁 남침’으로 구체화하기로 했다.

교육부로부터 새 검정교과서 집필 기준 시안 마련을 의뢰받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2일 이런 내용을 담은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역사과 교육과정 및 집필기준 시안’ 최종보고서를 공개했다.

이번 시안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현행 2009 교육과정 집필 기준에도 포함됐던 ‘자유민주주의’라는 표현을 ‘민주주의’로 바꾼 대목이다. 현행 집필 기준에는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를 기본 바탕으로 발전했다’고 쓰여 있다. 박근혜 정부 시절이던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2015년 집필 기준 시안에도 같은 내용을 유지했다. 반면 이번 시안에는 ‘국민의 힘으로 민주주의를 이룩했다’는 표현을 담아 ‘자유’라는 단어가 빠지게 됐다.

이에 대해 평가원 쪽은 “역대 역사과 교육과정 및 교과서에서 활용된 용어는 대부분 ‘민주주의’였는데, 2011년 교육과정 개정 과정에서 ‘자유민주주의’로 서술한 뒤 학계와 교육계에서 수정 요구가 많았고, 현행 ‘정치와 법’ 등 사회과 다른 과목도 모두 ‘민주주의’라는 용어를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자유’라는 표현을 빼는 문제는 올해 평가원이 공청회를 거치는 과정에서도 논란이 됐다. 당시 교육부가 “민주주의를 포괄하는 용어”라고 설명했지만, 보수 진영에서는 “북한의 인민민주주의와 구별할 수 없게 돼, 왜곡된 역사인식을 주입하려는 것”이라는 식으로 반발했다.

기존 ‘1948년 8월15일 대한민국 수립’이라는 표현에는 ‘정부’라는 단어가 추가됐다. 대한민국은 1919년 상해 임시정부 수립을 당시 세워졌으며, 1948년에는 ‘대한민국 정부’가 세워졌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평가원 쪽은 “학계의 통설과 대한민국 임시 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는 입장, 독립운동의 역사를 존중한다는 의미에서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 적절하다고 판단했고, 현행 2009 개정 교육과정이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서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해 8·15 경축사에서 “2년 후 2019년은 대한민국 건국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는 해”라고 이번 평가원과 같은 역사인식을 분명히 한 바 있다. 이밖에 평가원은 ‘6·25’를 기술하는 대목에서 ‘남침으로 시작된 6·25 전쟁의 전개 과정과 피해 상황’이라고 적어, 6·25가 ‘남침 전쟁’이라는 점을 확인했다.

아울러 ‘동북공정’, ‘새마을 운동’, ’북한의 도발’에 관해서는 구체적 집필 기준을 정하지 않고 ‘포괄적 기술’을 하도록 했다. 평가원 쪽은 “동북공정 문제 등은 2009 교육과정에서도 집필기준에 적시되지 않았지만 대부분 검정 교과서가 이를 다룬 만큼, 다양하고 창의적인 교과서를 개발한다는 취지로 포괄 기술 방침을 정했다”고 밝혔다.

실제 평가원은 이번 시안 여러 곳에서 복잡했던 집필 기준을 단순하고, 포괄적인 형태로 개선했다. 예를 들어, 중학교 역사에서 고려의 후삼국 통일과 제도 정비 과정을 기술하는 대목에서 기존 집필 기준이 원고지 7매 분량에 이르던 것이 개정 집필 기준은 5분의 1 수준으로 줄여 ‘집필 대원칙’을 설명하는 수준으로 축소했다. 평가원 쪽은 “‘최소주의 원칙’을 적용해 최소한의 헌법적 가치나 민주사회 질서에 어긋나지 않는 수준이라면 역사학자가 자유롭게 집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역사학계의 요구를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평가원은 집필 기준 뿐 아니라 중·고교로 이어지는 한국사와 세계사 교과 구성도 손보기로 했다. 시안에 따르면, 앞으로는 중학교 역사 과목은 세계사 영역을 먼저 학습한 뒤, 이후 한국사를 배우게 된다. 이어 고교에서는 필수 과목인 한국사를 배우되, 중학교 때 배운 내용과 중복되는 부분은 최소화하기로 했다. 대학 입시에서 세계사는 선택과목이어서 중학교 때 세계사와 관련한 최소한의 내용을 학습시킨다는 의도도 반영됐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5월 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국정 역사교과서를 폐지했지만, 기존 ‘2015 역사과 교육과정 및 집필기준’이 국정 역사교과서의 연장선상에 있어 새 검정교과서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에 따라 새 집필기준을 마련해왔다. 교육부는 이번 시안을 바탕으로 교육과정심의회 심의·자문 결과와 역사학계 의견 등을 듣는 한편, 국민의견 수렴을 위한 행정예고를 거쳐 올해 상반기안에 집필기준을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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