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공판준비기일에 변호인단만 출석
10만달러 인정서 번복 “공적사용”
16개 혐의 모두 부인…재판 순서·횟수 이견
검찰 조사를 마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3월15일 오전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수인번호 716’ 이명박 전 대통령 재판이 3일 시작됐다. 법정에 나오지 않은 이 전 대통령을 대리한 변호인들은 횡령·뇌물 등 16가지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이날 오후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정계선) 심리로 열린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검찰과 변호인단은 혐의와 증거 인정 여부, 재판 순서와 횟수를 두고 번번이 충돌하며 첫 대면부터 신경전을 벌였다. 이 전 대통령의 혐의는 크게 △다스 비자금 등 349억원(횡령) △삼성이 대납한 다스의 미국 소송비 67억여원(뇌물)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및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등으로부터 받은 43억여원(뇌물) △다스 법인세 31억원 포탈 등이다. 이 전 대통령 대리인인 강훈 변호사는 “다스 비자금 조성을 통한 업무상 횡령을 전부 부인한다. 삼성 소송비 대납도 보고받거나 허용·묵인하지 않았다”며 핵심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국정원 특활비 7억원을 받아쓴 혐의에 대해서는 “공적으로 쓰였다”며 죄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애초 이 전 대통령은 검찰 수사에서 특활비 10만달러 수수 사실만 인정했는데, 재판이 시작되자 ‘4억원을 더 받았지만 공적으로 쓰인 만큼 뇌물이 아니다’라는 쪽으로 말을 바꾼 것이다.
검찰과 변호인단은 6개월 가까이 이어질 재판 진행 방식을 두고도 충돌했다. “수사기록 복사비가 3000만원이 들 정도로 방대하다. 기록이 적은 국정원 뇌물 혐의 등을 먼저하고 삼성 뇌물과 다스 순으로 재판을 진행해달라”(강훈 변호사), “대통령이 되기 전부터 일어난 일이라 다스부터 정리해야 한다”(검찰), “주 4회 심리를 진행해 달라”(검찰), “증인 숫자를 줄이고 주 2회 재판을 하자”(강 변호사). 재판부는 오는 10일 두 번째 공판준비기일에서 양쪽 의견을 조율하기로 했다.
한편 법정 출석을 거부하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달리, 이 전 대통령은 정식 공판부터 법정에 나오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