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스 자금 횡령, 뇌물 수수’ 혐의로 재판을 받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두번째 재판에 불출석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스스로 재판 출석 여부를 결정할 권한이 없다”고 질타하면서 모든 재판에 출석할 것을 명령했다.
2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정계선) 심리로 이명박(77) 전 대통령의 두번째 재판이 열린 가운데, 이 전 대통령은 ‘건강상 이유’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 전 대통령 쪽은 지난 25일 법원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한 바 있다. ‘건강이 좋지 않아 증거조사 기일엔 출석하지 않고 재판부가 반드시 출석을 요구할 때만 출석하겠다’는 취지다. 불출석 사유서를 확인한 재판부가 이 전 대통령 쪽 변호인을 통해 출석을 요구하고 이 전 대통령이 수감돼 있는 서울 동부구치소에 소환장까지 보냈지만 이 전 대통령은 불출석을 택했다. 이 전 대통령의 변호인 강훈 변호사는 이날 재판부에 “(이 전 대통령의) 건강상태가 좋지 않다. 혈당 수치 등 기본 수치가 좋지 않고 첫 재판이 열렸을 때도 저녁 8시쯤 구치소에 들어갔는데 입맛이 없다고 하셔서 저녁 식사도 못 하셨다”며 “증거 내용을 재판부에 검사나 변호인이 설명하는 증거조사 기일에는 피고인이 굳이 출석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정계선 부장판사는 “변호인이 불출석 사유서를 내서 피고인이 양해 구하고 재판부가 이를 양해하면 불출석할 수 있는 거라고 법률적 조언을 한 것인가”라고 변호인 쪽에 되물으며 “불출석 허가 사유는 상당히 경미한 사건에만 해당된다. 구속된 피고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을 거부하고 교도관에 의한 인치가 곤란하다고 인정될 때만 피고인 출석 없이 개정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정 부장판사는 “전직 대통령께서 이런 법률적 의무를 다 아시고 (불출석을) 결정하신 것인지 의문스럽다”고 질타했다.
이어 정 부장판사는 “서증조사 기일에 피고인 출석이 불필요한 것으로 말씀하시는데, 피고인의 증거조사 기일 출석 필요 여부는 재판부도 마찬가지고 피고인 스스로도 결정한 권한이 없다”며 “피고인으로서 형사절차에서 선별적으로 나올 수 있다는 것이 가능하다는 인식은 어떻게 보면 법에 위반되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재판부는 이날 이 전 대통령 쪽에 기일마다 출석할 것을 명령했다. 이 전 대통령이 또다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한다면 출정 거부로 판단하고 형사소송법 규정에 따라 필요한 절차를 밟는다는 방침이다. 교도관이 이 전 대통령을 인치(연행)하거나 인치가 불가능하다면 그 사유에 대해 조사한 뒤 재판을 다시 개정하겠다는 의미다. 이날 재판부는 “피고인이 출석하지 않은 이상 개정할 수 없다”며 12분 만에 재판을 끝냈다.
재판을 마치고 나온 강훈 변호사는 취재진에게 “이 전 대통령이 ‘내가 꼭 나가야 하느냐, 증거조사 기일에 앉아 있어 보니 계속 내가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의 얘기를 하는데 내가 나갈 필요가 있겠느냐’고 말씀하셔서 관련 절차에 대해 말씀드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전 대통령이 증거 기일에 못 나가겠다고 하면 더 이상 어떻게 할 방법이 없는 것 아닌가. 법정에 나가서 스스로 변소할 자기의 권리를 포기하겠다는 건데…. 형사소송법 규정에 대해 재판부와 법률적 해석이 다른 것이기 때문에 누구 의견이 맞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고한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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