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억여원에 이르는 뇌물을 수수하고, ‘다스’의 자금 350억여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달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해 피고인석에 앉아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다스 자금 횡령·뇌물 수수’ 혐의를 받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재판에 출석해 “도곡동 땅은 내 것이 아니다”라며 직접 항변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정계선)의 심리로 열린 두 번째 재판에 출석해 “당시 압구정·강남 개발 주도할 땐 데 어디 땅 살 데가 없어서 현대 체육관 담벼락 옆에 붙은 땅을 내가 사서 갖고 있었겠는가” 반문하며 “압구정·강남 (땅 살 곳은) 얼마 든지 있었다. 재임 중에 개인적으로 부동산 투자 한 일이 없다”고 항변했다. ‘도곡동 땅 매각 대금’ 등에 대한 검찰측의 서류증거 조사와 이에 대한 변호인의 의견이 이어진 가운데, 이 전 대통령이 직접 입장을 밝힌 것이다.
이 전 대통령은 “양심상 현대 정주영 회장의 신임을 받고 일하는 사람으로서 현대 땅 옆에 땅을 산다니, 제가 아무리 감춰도 재벌 총수의 감시는 못 벗어난다”며 “도곡동 땅이 내 땅이란 가정 하에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번 검찰 조사 과정을 보니 딱 내가 투자를 할 것이라 기정사실화했더라. 이건 불가능한 일이다. 나는 더 좋은 데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다 생각한다”고 반발했다.
이날 이 전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첫 공판에 출석한 뒤 12일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전 대통령이 ‘건강이 좋지 않아 재판부가 요청할 때 선별적으로 재판에 나오겠다’는 취지로 두 번째 재판에 불출석하자, 재판부가 “피고인이 스스로 재판 출석 여부를 결정할 권한이 없다”며 기일마다 출석할 것을 명령한 데 따른 것이다. 이날 재판부는 “이 전 대통령의 건강 상태를 고려해 휴식을 원하면 휴정을 하는 식으로 재판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 전 대통령측은 이날 오전 건강 상태를 이유로 재판 중 5분 간 휴정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 전 대통령은 “교도소 안에서 걱정 많이 하지만 제가 (재판을) 기피할 생각은 없다.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티려 한다. 적극적으로 (재판 참석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이라고 재판부에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은 이어 “건강을 숨기며 살아왔지만 교도소 들어오니 감출 수 없다”며 “교도소에서도 진찰을 받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치료나 진찰 받으러 나가면 특별대우를 해줬다는 여론이 생길 것이다. (구치소에) 와서 한 두달간은 사람이 잠을 안 자도 살 수 있고 밥을 안 먹어도 배가 안 고프다는 사실을 알았다. 고통스럽긴 하다”며 건강상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고한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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