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억여원에 이르는 뇌물을 수수하고, ‘다스’의 자금 350억여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달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해 피고인석에 앉아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09년 만든 청계재단의 장학금 지급액이 지난해에도 총 자산의 0.56%에 그친 것으로 확인됐다. 청계재단은 해마다 장학금 지급 규모를 줄여 재단 설립목적인 장학사업을 사실상 방기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최근 검찰 수사과정에서는 이 전 대통령의 ‘다스 지배수단’으로 운영된 정황도 드러났다.
4일 대학교육연구소(소장 박거용)의 국세청 ‘공익법인 공시’ 분석결과를 보면, 장학재단인 청계재단은 지난해 2억8020만원의 장학금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재단은 장학사업 첫 해인 2010년 6억1915만원을 시작으로 장학금 지급 규모를 계속 줄여왔다. 장학금 혜택을 받은 학생 수도 2010년 445명에서 지난해 111명으로 4배 넘게 줄였다. 장학사업이 3분의 1로 축소된 것이다.
청계재단의 주 수입원은 재단 소유 건물에서 나오는 임대료·관리비다. 2014년 14억9153만원까지 늘었던 임대료·관리비는 2015년 이 전 대통령의 부채 상환을 위해 영일빌딩을 매각하면서 쪼그라들어 지난해엔 10억2255만원까지 줄었다. 수입이 감소했음에도 청계재단은 장학금 사업의 핵심인 기부금을 유치하기 위해 별다른 노력을 벌이지 않았다. 이 전 대통령의 사돈기업인 한국타이어가 매년 3억원씩 해온 기부를 2012년 중단한 뒤 기부금 수입은 ‘0원’이다.
청계재단은 장학금보다 2배 많은 금액을 운영비로 지출하고, 측근이 운영하는 복지단체에 수천만원을 지원했다. 직원급여 등 청계재단 운영비는 지난해 6억4736만원으로 장학금의 2.3배에 이른다. 청계재단은 2015년부터 재단법인 ‘두레문화마을’에 복지사업비 명목으로 2천만~3천만원 가량을 매년 지출하고 있다. 두레마을은 2015년 뉴라이트 성향의 김진홍 목사가 설립한 법인으로, 이 전 대통령의 측근인 오아무개 전 청와대 행정관이 이곳 이사를 맡고 있다.
청계재단과 관련해 지난 3월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차명 대주주인 처남 김재정씨가 쓰러지자, 차명재산을 관리하기 위해 김백준 당시 총무기획관에게 재단 설립을 지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힌 바 있다. ‘MB 재산관리인’으로 불리는 이병모 청계재단 사무국장은 이 전 대통령의 차명재산을 관리하며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구속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김삼호 대학교육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장학재단이 공익을 해치는 일을 했다면 법에 따라 설립허가를 취소하고 재산을 국가 또는 지자체에 귀속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황춘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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