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은수 전 서울경찰청장이 지난해 10월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IDS홀딩스 관련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법원이 2015년 민중총궐기 집회에서 고 백남기 농민을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구은수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에 무죄를 선고했다. 백남기 농민을 향해 직사 살수한 살수요원은 유죄를 선고받았다.
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 24부(재판장 김상동)는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받는 구 전 청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상황지휘센터 구조와 무전 내용 등을 고려했을 때 문제 장소에서 이뤄진 살수 행위를 구체적으로 인식하기 어려웠고 시위가 상당히 과열된 상황에서 (백남기 농민 쪽의) 문제 상황에만 주의를 기울이기는 어려웠던 걸로 보인다”며 “지휘·감독 업무상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구 전 청장이 민중총궐기 집회 이전 경비대책회의에서 살수차로 인해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 등을 강조하고 현장지휘관들에 안전 관련 주의사항을 촉구했다는 점도 참작했다.
백남기 농민에게 물대포를 직사살수한 당시 충남지방경찰청 제1기동대 소속 살수요원 한아무개씨에게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최아무개씨에게는 벌금 700만원이 선고됐다. 이들을 지휘·감독한 현장지휘관 신윤균 전 서울지방경찰청 기동본부 4기동단장(현 서울지방경찰청 교통관리과장)에게는 벌금 1천만원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두 살수요원에 대해 “살수 당시 주요 살수 구역에는 피해자 외에 주변에서 밧줄을 잡아당기고 있는 시위대도 없는 등 시위대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어려울 정도로 긴박한 상황은 아니었다”고 봤다. 이어 “그런 상황에서도 피고인들은 피해자의 상반신을 향해 살수하도록 살수차를 조작했고 살수차로부터 18미터(m) 거리에 서 있는 피해자에게 강한 압력으로 살수를 지속했다. 그로 인해 피해자는 중심을 잃고 아스팔트 바닥에 후두부를 강하게 부딪혔다”고 판단했다. 신윤균 전 기동단장에 대해서 “현장책임자로서 살수차와 같은 위해성이 강한 장비를 운용할 때 살수요원이 과잉 살수를 하면 살수를 중단하게 하고 부상자가 발생하면 구조 업무를 지시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다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직사 살수와 백남기 농민의 사망 사이 인과 관계가 부족하다’는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백선하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가 수사 과정에서 ‘피해자가 평소에 가지고 있던 병력 때문에 뇌손상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한 데 대해 재판부는 “(사망원인을 병사로 기재한 백선하 교수의) 사망진단서와 관련해 대한의사협회 및 법의학 교수 증언 등에 비춰 증거 가치가 높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른바 ‘빨간우의 타격설’도 신빙성이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당시 촬영된 영상 및 감정결과 등에 비춰봤을 때 빨간색 우의를 입은 사람이 피해자 위로 넘어지는 장면에서 피해자의 머리에 강한 충격을 줄만한 가격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검찰은 입장문을 내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검찰은 “구 전 청장은 상황지휘센터에서 시위 현장 상황으 ㄹ파악하고 있었고 현장지휘관 신윤균에게 무전으로 구체적이고 직접적으로 살수를 지시하고 독려했다”며 “그럼에도 구 전 청장이 시위 현장에 없었기 때문에 현장상황을 구체적으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사유로 과실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형식논리에 치우쳐 무죄를 선고한 재판부의 판단은 납득이 어렵다”고 비판했다.
고한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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