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탐정’인 김봉규씨가 서울시 관악구의 한 골목에서 고양이를 찾고 있다.
탐정은 ‘느린 동작’ 기능을 몸에 장착한 듯 자세를 낮추고 천천히 움직였다. 손바닥으로 땅을 짚고 자동차 아래를 들여다보기도 하고, 담벼락에 머리를 올려놓고 안쪽을 살폈다. 사건을 좇는 탐정의 눈빛은 매서웠다. 바바리코트와 중절모 대신 참치캔과 생수·랜턴을 넣은 가방을 멘 그는, ‘고양이 탐정’이다.
“좇아가면 도망가니까 앉아서 가까이 오라고 고양이를 꼬셔야 해요”
지난달 서울시 관악구 신림동 골목길에서 만난 김봉규씨는 의뢰인을 혼내는 ‘고양이 탐정’으로 유명하다. “고양이를 잃어버리는 건 100% ‘집사’ 잘못이에요”라고 말하며 김 탐정이 무게중심을 낮췄다. 김 탐정을 따라 허리를 굽혔다. “이름 부르면 반응하는 애를 찾자고 구석진 곳마다 뒤지고 다니면 안 돼요. 고양이는 겁이 많아서 대번에 도망가버리거든요.” 김 탐정의 장비는 가방과 두 다리다. 이렇게 한 달에 약 15~20마리 고양이를 찾아 나선다.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실종 첫날이라면 집 나간 고양이 열에 아홉은 김 탐정 손에 잡힌다.
고양이를 ‘모시는’ 집사들이 늘면서 고양이 탐정이 신종 직업으로 등장했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개나 고양이 등 반려동물을 양육하고 있는 가구 수는 2017년 기준 593만 가구로 전체의 28% 가량이다. 반려동물 수를 추정하면 개는 662만 마리, 고양이는 232만 마리다. 동물등록제가 시행됐지만, 동물보호센터에서 구조한 유실·유기 동물을 되찾는 경우는 2016년 기준으로 아직 15.2% 수준이다.
방충망을 뜯고 가출했다가 ‘고양이 탐정’ 덕에 집에 돌아온 ‘호두’의 사진. 최아무개씨 제공
고양이는 영역동물이라 집에서 ‘가출’해도 멀리 안 가지만 겁이 많아 몸을 숨기기 때문에 발견이 쉽지 않다고 한다. 그래서 반려묘를 애지중지하는 집사들이라도 숨은 고양이를 찾기 어렵다. 인터넷에서 유명한 고양이 탐정 5명의 의뢰비는 12만~20만원 수준. 고양이를 찾으면 추가로 20만원가량 성공보수를 받는다. 적지 않은 금액이지만 집 나간 고양이 때문에 애가 타는 집사들은 인터넷 카페에 탐정 리스트를 공유하고, 찾았다는 소식에 박수를 친다.
전라남도 여수에 사는 최아무개(26)씨도 고양이 탐정 덕에 ‘호두’를 찾았다. 호두는 2년 전에 어미에게서 버려진 새끼였다. 애교가 많은 ‘개냥이’라 가출은 상상도 못했다. 최씨가 방안에서 다른 일을 보던 사이, 호두는 방충망을 뜯고 가출을 감행했다. 최씨는 인터넷에서 ‘고양이 찾는 방법’을 검색하고 전단을 붙이며 직접 호두를 찾아 나섰다. 하지만 3일 동안 허탕을 친 뒤 고양이 탐정에게 손을 내밀었다. 탐정은 풀숲 등을 조용히 뒤지며 최씨에게 고양이의 이름을 부르라고 주문했다. 탐정이 알려준 세 곳에 사료와 물을 두고 이름을 불렀더니 호두가 나왔다. 최씨는 의뢰비로 40만원을 썼지만 아깝지 않다고 했다. “가족이잖아요. 다른 분들도 비슷한 상황에 처하면 탐정을 찾아보세요” 최씨는 고양이 카페에 추천글을 올렸다.
물론 실패하는 경우도 있다. 최씨가 의뢰한 첫 번째 탐정은 호두를 찾지 못했다. 인터넷 카페나 블로그에서도 ‘돈이 아깝다’ ‘체계적이지 못하다’ 등 실패담이 종종 올라온다. 김 탐정은 “상황에 따라 실종된 고양이를 발견하는 것이 여의치 않을 수도 있다”며 “고양이가 밖에 잘 나가지 않는다고 방심하지 말고 문단속을 잘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글·사진 장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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