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9일 ‘국제개발협력 미투운동 모임'은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제개발협력 단체에서 일하던 여성들의 성폭력 피해를 고발하고, 조직 내 젠더평등 문화 정착과 성폭력 근절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연극계 ‘미투’ 바람 연극제도 역풍 맞나, 미투에 문단이 두쪽
미투·지방선거에 공무원들 몸 사리기…지역 상권은 몸살
(문화예술계 미투 운동 이후 나온 언론보도 제목)
“피해 사실 폭로 뒤 부정적 변화를 미투 운동 탓으로 돌리거나 가해자 업적을 부각시키는 보도는 피해자를 위축시키고 범죄행위를 희석시키는 부작용이 있다.”
한국기자협회와 여성가족부가 함께 제작해 7일 공개한 ‘성폭력·성희롱 사건, 이렇게 보도해주세요!’ 라는 소책자에 포함된 내용이다. 2014년 공동 제작한 ‘성폭력 사건 보도수첩’ 내용을 보완해, 올해 미투 운동 국면에서 드러난 언론보도 문제점 및 성폭력·성희롱 사건 보도시 주의사항 등을 담아 소책자 형태로 제작했다.
올해 1월 서지현 검사가 8년 전 당시 법무부 핵심 간부인 안태근 전 검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폭로를 한 뒤, 여러 언론은 사건 관련 내용을 보도하면서 굳이 필요하지 않은 피해자 이미지를 활용했다. 집필진은 “(방송 등이) 피해자 증명사진은 오랫동안 노출시킨 반면,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들 영상은 비교적 짧게 내보냈다. 피해자 중심으로 사건을 호명하거나 피해자 이미지를 남용하는 것은 가해자를 사건의 중심에서 사라지게 해 사건 책임 소재가 흐려질 수 있고, 피해자를 주목하게 만들어 외모평가나 근거 없는 소문 등 2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비판했다.
비슷한 문제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력 의혹 사건 보도에서도 반복된다. 당시 일부 언론은 해외출장 당시 영상 중 피해자가 찍힌 장면을 찾아내 ‘붉은 원’ 혹은 ‘밝게 처리한 원’으로 피해자를 부각시켜 거듭 보여주었다. 여성을 수행비서로 채용한 데 문제가 있는 것처럼 보도하는 언론도 있었다.
극단 단원에게 상습적으로 성폭력을 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연극연출가 이윤택씨 사건이 불거진 과정에서는 ‘죄의식을 가졌지만 욕망을 억제 못했다’는 이씨 주장을 고스란히 제목에 담은 보도가 이어졌다. 집필진은 “절제·억제하지 못한 성욕을 강조하는 보도는 성폭력 범죄가 성욕을 자제하지 못하여 발생한다는 기존 통념을 강화시킨다”고 지적했다. ‘만취해 참변’ ‘나홀로 거주’ 등의 표현도 피해자가 방어에 취약한 상태에 있었다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성폭력의 원인 제공을 했다는 편견을 심어줄 수 있으므로 사용하지 말 것을 권했다. 또 피해자가 글이나 생방송 인터뷰를 통해 성폭력 피해 사실을 스스로 밝혔다 하더라도, 언론이 지나치게 구체적으로 이러한 내용을 전달하는 것 역시 문제로 지적됐다.
이번에 제작된 소책자는 한국기자협회나 여성가족부 홈페이지에서 전자북 형태로 내려받을 수 있다.
한국기자협회와 여성가족부가 제작한 ‘성폭력·성희롱 사건, 이렇게 보도해주세요!’ 에서 제시한 잘못된 표현.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