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19일 서울서부지검에 소환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검찰청에 들어서기 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비서를 성폭행하고 추행했다는 혐의를 받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53)의 재판이 15일 시작됐다. 법정에 나오지 않은 안 전 지사는 변호인단을 통해 “김지은(33) 전 정무비서와의 관계에서 강압성은 없었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검찰은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막기 위해 심리 전 과정을 비공개로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이날 오후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조병구) 심리로 열린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안 전 지사쪽 변호인단은 “강제추행을 했다는 사실은 없다. 또한 피감독자 간음과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사실 혐의에 대해서는 행동은 있지만 위력에 의한 것이 아니었다”고 거듭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검찰 쪽은 “공소장에 적시된 혐의는 전형적인 권력형 성범죄”라고 반박했다. 현재 안 전 지사에 대한 혐의는 김 전 정무비서에 대한 피감독자 간음·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강제추행 등 3개 혐의 10개 범죄사실(간음 4회·위력에 의한 추행 1회·강제추행 5회)이다. 검찰 공소장에는 지난해 7월부터 올해 2월까지 안 전 지사가 외국 출장지와 서울 등지에서 모두 4차례 김씨를 성폭행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안 전 지사 변호인단이 첫 공판준비기일부터 검찰 쪽 혐의를 부인하면서, 앞으로도 안 전 지사의 행위에 강압성이 있었는지 여부가 재판의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김지은씨가) 안 전 지사를 수행할 때 안 전 지사의 기분을 절대 거스르면 안 되는 것은 물론 안 전 지사 지시를 거부하거나 이의를 제기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업무 환경이었다”고 밝히며 둘 간의 성관계가 지사직을 이용한 명백한 성폭행이었다고 보고 있다. 반면 안 전 지사 쪽은 “업무 지시 등은 민주적으로 이뤄졌으며, 성관계 역시 합의된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이날 공판준비기일에서 검찰은 “재판이 일부라도 공개될 경우 피해자의 사생활이 노출될 수밖에 없고, 2차 피해도 우려된다”며 전체 심리를 비공개로 진행할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다만 검찰은 “피해자의 권리 보호를 위해 비공개 재판이더라도 피해자의 방청은 허락해달라”고 덧붙였다. 피해자 변호인으로 참석한 정혜선 변호사 역시 “피해자는 자신의 진술은 비공개로 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나머지 공개 여부는 재판부의 입장에 따르겠다”고 했다. 이에 법원은 “통상적으로 성범죄 사건의 경우 피해자 진술이나 참고인 증언 등은 비공개로 진행하고, 기타 서증조사에 대해서도 공개 재판이라고 하더라도 제한이 가능하다”며 “전체 심리를 비공개할지, 일부만 비공개로 진행할지에 대해서는 재판부에서 검토 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오는 22일 오전 2차 공판준비기일을 가진 뒤 7월 초부터 집중 심리를 시작할 예정이다.
앞서 김 전 정무비서는 지난 3월5일 <제이티비시>(jtbc) 뉴스룸에 출연해 “안 전 지사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밝혔고, 안 전 지사는 이튿날 충남지사 직에서 사퇴했다.
황금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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