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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은행권 채용비리 6개 은행 38명 기소

등록 2018-06-17 10:55수정 2018-06-17 21:16

하나·우리·부산·대구 전·현직 은행장 4명 재판에
전형점수 조작, 합격자 바꿔치기, 남녀비율 조정
남녀고용평등법 위반한 하나·국민은행도 기소돼
교육관련 시민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 회원들이 지난 3월6일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본점 앞에서 은행권 채용비리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출신대학 차별 채용 비리를 빗댄 행위극을 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교육관련 시민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 회원들이 지난 3월6일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본점 앞에서 은행권 채용비리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출신대학 차별 채용 비리를 빗댄 행위극을 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전국 6개 시중은행의 채용비리 수사 결과 전·현직 은행장 4명을 포함해 모두 38명이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대검찰청 반부패부(부장 김우현)는 전국 6개 지방검찰청이 금융감독원과 공조해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6월까지 국민·하나·우리·부산·대구·광주은행 등 6개 시중은행의 채용비리를 수사해 12명을 구속기소하고 26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17일 밝혔다. 남녀고용 평등법을 위반한 하나은행과 국민은행은 양벌규정에 따라 은행도 재판에 넘겨졌다.

천태만상 채용비리

검찰 수사를 통해 드러난 채용비리는 천태만상이다. 금융기관 인사 담당자들은 청탁이 있을 경우 별도로 청탁대상자 명부를 만들어 채용 절차가 마무리될 때까지 관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은행들은 서류전형 단계에서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으면 무조건 합격시키거나(하나은행), 필기·면접 전형단계에서 점수를 상향 조작하거나(우리·하나·국민·대구은행), 감점사유를 삭제하는(하나은행) 등의 방법으로 청탁대상자들을 합격자로 둔갑시켰다. 특히 하나·대구은행의 경우 은행장이 청탁을 전달하거나 관심을 갖는 지원자들을 별도 리스트로 관리하면서 합격 사실 등을 은행장에게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대상 대부분의 은행은 청탁이 있는 경우 적어도 서류면접은 통과시켜주는 게 관행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은행들은 또 청탁 대상자의 합격을 위해 애초 계획에도 없던 전형을 별도로 신설하거나 자격조건을 조작하기도 했다. KEB하나은행의 경우 애초 공고하지도 않았던 ‘해외대학 출신’ 전형을 별도로 신설해 불합격 대상이던 청탁대상자 2명을 최종합격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대구은행도 은행장으로부터 주요 거래처 자녀에 대한 채용 지시를 받자 보훈대상자가 아닌데도 가짜 보훈번호를 붙여 보훈특채 영업지원직으로 합격시켰다.

또 서류전형·필기시험·실무자면접·임원면접 등 전형단계별로 여러 차례에 걸쳐 점수를 조작한 사례도 대부분의 수사대상 은행에서 확인됐다고 검찰은 밝혔다. 부산은행의 경우 도금고 유치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조문환(58) 전 새누리당 의원으로부터 딸의 채용을 청탁받자 5·6급 신입 행원 채용과정의 모든 전형단계에서 시험점수를 높이고 합격선을 낮춰 통과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은행은 전 국정원 간부로부터 딸의 채용을 청탁받고 2015년 신입 행원 채용에서 전형점수를 조작해 합격시켰으나 청탁대상자가 정상적인 졸업을 못하게 되자 일단 사직한 뒤 2016년 채용에서 재응시하도록 해 불합격 대상이던 서류전형 점수를 조작해 결국 최종합격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남녀고용 평등법 위반 사례도 확인됐다. 하나은행은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신입행원의 남녀 채용비율을 4대1로 사전에 정한 다음, 별도의 합격선을 적용하는 방법으로 남녀를 차별해 채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은행은 2015년 상반기 신입 행원 채용에서 서류전형 결과 여성 합격자 비율이 높게 나타나자 남성 합격률을 높이기 위해 남성 지원자 113명의 자기소개서 평가등급을 높여 합격시키고 여성지원자 112명의 등급을 낮춰 불합격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대·고려대·연세대 등 이른바 ‘SKY 대학’ 출신의 선발을 위한 점수조작도 횡행했다. 하나은행은 2013년 신입 행원 채용의 실무면접에서 합격권 점수를 받은 특정대학 출신 지원자 6명을 탈락시키고 불합격권이던 다른 특정대학 출신 지원자 6명을 대신 합격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하나은행은 2016년에도 같은 방식으로 11명의 합격자를 뒤바꾸었다. 광주은행도 2016년 채용에서 거래처 유지를 위해 면접에서 탈락한 특정대학 출신 지원자의 점수를 조작해 합격시켰다.

부산은행은 시금고와 도금고 유치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부산시 세정담당관, 경남발전연구원장으로부터 각각 아들과 딸의 채용 청탁을 받자 점수를 조작해 최종 합격시켰다. 특히 경남발전연구원장 딸의 경우 단계별로 점수를 조작한 것으로도 부족하자 합격자 수를 늘이고 계획에 없던 임원 영어면접까지 벌여 끝내 합격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내부적 채용비리로 만연했다. 광주은행의 경우 2015년 신입행원 채용에서 인사·채용 부문 총괄임원의 딸이 지원하면서 자기소개서에 이런 사실을 기재하자 인사담당자가 자기소개서에 만점을 주는 등 서류전형 점수를 높게 주고, 담당 임원은 딸에 대한 2차 임원면접에 직접 참여해 최고점을 줘 합격시켰다.

부산은행 10명 기소, 대구은행 전 은행장 구속

부산지검이 수사한 부산은행 채용비리의 경우, 성세환(66) 전 은행장 등 7명이 불구속 기소되고 박아무개(55) 경영지원본부장 등 3명이 구속돼, 기소된 사람이 가장 많았다. 성 전 은행장의 경우 송아무개(62·구속) 전 부산시 세정담당관으로부터 아들 채용을 청탁받고 평가점수를 조작해 서류전형을 통과시키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박 전 본부장 등 부산은행 직원 4명은 2015년 10월 경남발전연구원장이던 조문환(58) 전 새누리당 의원으로부터 딸의 채용을 부탁받고 전형단계별로 점수를 높이고 합격선을 낮춰 통과시킨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됐다. 조 전 의원은 업무방해교사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대구은행 채용비리를 수사한 대구지검도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거래처와 사회 유력인사 등으로부터 청탁을 받고 전형점수를 조작하는 방식으로 모두 7차례에 걸쳐 채용비리를 저지른 혐의로 박인규(64) 전 대구은행장 등 2명을 구속기소하고 6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박 전 은행장은 지난해 11월 금감원의 채용비리 감사를 피하기 위해 직원들에게 컴퓨터를 교체하고 관련 서류를 폐기하게 한 혐의도 받고 있다.

서울북부지검은 우리은행 채용비리 수사 결과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전 금감원 부원장의 조카, 전 금감원 부원장보와 전 국정원 간부의 자녀 등 불합격 대상자 20명을 대거 통과시킨 혐의로 이광구(60) 전 은행장과 남아무개(59) 전 수석 부행장 등 4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서울서부지검이 수사한 KEB하나은행 채용비리 사건에서도 함영주(61) 은행장 등 4명이 불구속 기소되고 송아무개(54) 전 인사부장 등 2명이 구속기소됐다. 함 은행장은 2015년과 2016년 신입 행원 채용에서 서류·합숙면접·임원면접 등 전형단계별 불합격자 19명을 통과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서울남부지검이 수사한 KB국민은행 채용비리 수사에서는 청탁을 받고 면접 점수를 조작해 합격시킨 혐의 등으로 이아무개(59) 전 부행장 등 3명이 구속되는 등 5명이 재판에 넘겨졌지만, 윤종규 은행장은 합격자 변경 사실을 보고받거나 강요하는 등의 공모관계 사실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기소되지 않았다.

광주지검은 신입 행원 채용 면접에서 불합격자 점수를 높이고 합격자 점수는 낮춰 불합격 대상자 5명을 최종합격시킨 혐의 등으로 광주은행 서아무개(52) 부행장 등 2명을 구속하고 양아무개(54) 전 부행장 등 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 밖에도 서울동부지검은 지난달 금감원으로부터 신한은행 등 신한금융그룹 계열사의 채용비리 수사참고자료를 넘겨받아, 11일 신한은행 본사와 인사담당자 거주지 등을 압수수색하는 등 본격 수사에 들어갔다.

여현호 선임기자 yeop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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