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굴뚝같지만’ 뭘 해야 하지 모르는 사람들을 위한 판이 벌어졌다.
408+221일째 굴뚝에 올라있는 파인텍 노동자들이 고립되지 않도록 지난 19일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텀블벅에서 ‘마음은 굴뚝같지만’ 프로젝트(https://tumblbug.com/chimney)가 시작됐다. 굴뚝 위에 올라간 노동자들을 잊지 말자는 취지에 따라 일상 속 물건인 편지지와 컵과 컵받침에 굴뚝을 담았다. 이 프로젝트를 준비한 김다은 시비에스(CBS)라디오 피디와 정소은 독립기획자는 “일부러 고개를 들지 않으면 시선이 닿지 않는 곳, 그 두 사람이 올라간 하늘집을 잊지 않기 위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편지지는 굴뚝의 아침(분홍색), 굴뚝의 낮(파란색), 굴뚝의 저녁(남색) 세 가지 종류다. ‘굴뚝의 아침’ 편지지엔 굴뚝 위에서 체조를 하고 있는 두 노동자가, ‘굴뚝의 점심’엔 굴뚝 아래서 식사를 올려주는 모습이, ‘굴뚝의 저녁’엔 굴뚝 위 침낭 속에서 잠이 든 두 노동자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굴뚝 위 하늘과 땅의 모습을 모두 담아 크기는 가로 10㎝, 세로 30㎝다. 기획자들은 “하늘과 땅의 모습을 모두 편지지 디자인에 넣었다. 굴뚝 위는 땅과 연결됨으로써 고립된 장소가 아닌 ‘생존’의 장소로 존재하게 된다”고 밝혔다. 유리컵은 둥근 세로형 모양 자체가 굴뚝을 떠올리게 한다. 유리컵에 음료를 따르면 굴뚝 모양의 그림과 ‘마음은 굴뚝같지만’이란 글자가 새겨져 있다.
파인텍 노동자들에게 손편지를 보낼 수 있는 우체통을 설치하는데 후원할 수도 있다. 우체통은 대학로·망원동 등 유동인구가 많은 서울 시내 곳곳에 설치될 예정이다. 우체통에서 수거된 손편지는 파인텍 노동자들에게 전달된다. ‘우체통 설치’를 후원한 사람에게는 컵받침이 제공된다. 모든 후원자들은 ‘파인텍에 대한 정보와 우리 사회의 노동 혐오에 대한 질문을 담은 핸드북 <모두, 하고 있습니까? ‘노동’>을 받아 볼 수 있다. 기획자들은 “모금액수에 따라 설치될 우체통 수가 달라진다”며 후원을 독려했다.
리워드로 구성된 굴뚝 모양의 유리컵. 손의 주인공은 파인텍 노동자 김옥배씨다. 텀블벅 ‘마음은 굴뚝같지만’ 갈무리
현재 오픈 하루 만에(오전 10시 현재) 68명이 참여해 후원금액 32%가 채워졌다. 후원금액은 구성에 따라 1만원부터 5만원까지 다양하다. 목표금액은 800만원으로 내달 22일까지 펀딩은 이어진다. 모금된 금액은 제작비를 제외하고 파인텍 굴뚝노동자들의 농성 후원금으로 사용된다.
파인텍 노동자 홍기탁, 박준호씨는 지난해 11월12일 고용승계 등을 요구하며 서울 양천구 열병합발전소의 75m 높이 굴뚝에 올랐다. 굴뚝 아래에서는 차광호 금속노조 파인텍지회장과 파인텍 노동자 김옥배, 조정기씨가 굴뚝 위 노동자들을 지키고 있다.
장수경 기자
flying710@hani.co.kr
[스토리텔링 굴뚝일기]
https://www.hani.co.kr/interactive/chimney_dia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