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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난민에 대한 편견과 혐오를 멈춰라!”

등록 2018-06-20 18:01수정 2018-06-21 11:44

난민인권단체, 20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
정부·언론이 난민 혐오 부추겨…인권 보호 대책 필요
“한마음으로 예멘 사람들을 도우면 좋겠다” 호소도
난민인권단체들이 ‘세계 난민의 날’인 20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난민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조장하는 정부와 언론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황필규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전날 법무부가 ‘난민이 늘어남에 따라 관련 심사를 더욱 엄정하게 하는 한편, 허위 난민신청 알선 브로커 단속 활동을 강화’하겠다는 취지의 보도자료를 언론 등에 배포한 것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황 변호사는 “정부가 난민신청자 수를 들먹이며 위기를 부추기고 엄정 심사와 브로커 단속이라는 입장만을 밝힘으로써 외국인 혐오, 난민 혐오를 조장했다”며 “법무부는 세계 난민의 날을 맞아 사실상 난민과의 전쟁을 선포했다”고 꼬집었다.

박정형 한국이주인권센터 상담팀장 역시 “(예멘 난민 입국 뒤) 민간 영역에서는 긴급히 대책위가 구성되고 제주도 내 영어 강사 등으로 있는 외국인들이 이들을 돕겠다고 자발적 모금 및 구호활동을 하고 있어도 정부는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조차 하지 못했다”며 “정부는 제주도민과 난민에 대한 편견을 가중하는 방식으로 16년간 유지했던 예멘 국적자들의 무사증(무비자) 입국을 간단히 폐지하고 이를 홍보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 정부가 예멘 난민신청자들의 탈출 통로를 봉쇄했으며 국제 사회의 일원으로서의 책임도 져버렸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2002년부터 제주도를 무사증 관광이 가능한 지역으로 지정했다. 무사증 입국이 허용되지 않는 국가는 이란, 수단, 시리아, 마케도니아, 쿠바 등 11개 나라뿐이었다. 하지만 예멘 난민 입국이 늘자 법무부는 6월1일부터 이 11개 나라에 예멘을 추가했다. 난민인권단체들은 정부의 이런 자의적 조처가 난민에 대한 편견과 혐오를 부추기고 있다며 비판하고 있다.

편견을 부추기는 것은 정부뿐이 아니었다. 정신영 공익법센터 ‘어필’ 변호사는 “(부적절한 언론 보도로) 제주도에 온 난민들에 대한 첫인상은 ‘가짜 난민’과 ‘잠재적인 테러리스트인 이슬람 국가 예멘 출신’으로 굳어졌다”라고 지적했다. 정 변호사는 한 방송에서 예멘 난민 문제를 다루면서 ‘케냐 젓가락 살인 사건’과 연결한 것을 대표적인 문제 보도로 꼽았다. 이 사건은 2016년 케냐 출신 난민이 젓가락과 숟가락을 이용해 한국인을 살해했던 사건이다. 정 변호사는 “이 기사는 제목부터 내용까지 일관되게 난민들에 대한 그릇된 인상을 심어주는 것에 기여를 하고 있다”라고 꼬집었다. 제주도에 대규모 난민이 입국했다는 보도도 과장됐다는 지적이다. 정 변호사는 “올해 무사증으로 제주도에 입국한 예멘인은 561명으로 68만명 이상인 제주 총인구의 0.082%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예멘의 조혼 문화가 편견의 근거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나영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활동가는 "전쟁 전에 예멘의 15세 이하 조혼율은 14% 수준이었다. 하지만 전쟁 이후 40%대로 급증했다. 전쟁 때문에 예멘 국민의 80% 이상이 심각한 빚에 시달리며 소년들은 전쟁터에 끌려가고 소녀들은 생계를 위해 강제 결혼을 해야 하는 현실을 외면하고 이들을 비난하는 것은 윤리적이지 못하다“라고 잘라 말했다.

이런 정부와 언론의 편견 속에서 이주민 당사자들은 여러 곤란을 겪고 있다. 김진 이주민지원공익센터 ‘감동’ 변호사는 “얼마 전 한 난민 아동의 이야기를 들었다. 한국 사람이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라고 한 뒤 한국 아이에게 ‘너 이 아이랑 놀면 까만 것이 옮는다’라는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라고 전했다. 김 변호사는 “정부가 국제인권기준에 부합하는 난민 인정 및 지원 시스템의 구축에 대해 구체적인 정책을 마련하고 난민 혐오 및 차별에 대해 적극적인 방지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여한 한 아랍 출신의 난민인권활동가는 “예멘 사람들은 전쟁 때문에 나라를 떠나는 것이다. 폭탄 때문에 집이 파괴되고 가족도 죽기 때문에 이를 피하기 위해 안전한 나라이자 민주적 나라라고 생각하는 한국을 선택하고 있다”라고 상황을 전했다. 그는 “모든 아랍 사람들이 전쟁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평화를 바라는 마음이 더 많다“며 “한마음으로 예멘 사람들을 도우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난민인권단체들은 정부의 난민 정책이 개선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7년 9942명의 난민신청이 있었지만 난민 심사를 담당하는 공무원은 전국 38명뿐이다. 난민인권센터가 정리한 자료를 보면 난민 면접에서 조사가 허위로 이뤄진 사례가 최근 확인됐으며, 난민신청 후 이의신청 기각 통지서를 받으러 간 난민이 바로 이민특수조사대에 체포돼 인천공항으로 이송된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법에는 난민신청자에게 생계비 지원을 할 수 있게 되어있지만 이 혜택을 받는 난민신청자는 극소수다. 난민인권센터는 2017년 12월31일 기준으로 생계비가 전체 난민신청자에 3.2%에게만 지원됐다고 밝혔다. 예산이 부족하고 법무부가 생계비지원을 제대로 홍보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 난민인권센터의 설명이다. 이슬 난민인권센터 활동가는 “난민법은 있지만 난민 지원에 대한 정부 차원의 제대로 된 컨트롤 타워가 없다”며 “관련 부처가 협력해 정책의 공백을 메워야 한다”고 요구했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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