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김부겸 행자부 장관이 21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경찰의 일차적 수사권 및 일차적 수사종결권 부여 등을 내용으로 하는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에 서명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경찰의 1차 수사권 보장 등을 내용으로 하는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이 21일 발표된 데 대해 검찰 내부에서는 “최악은 피했다”는 반응이 나오는 한편, “경찰 입장만 반영된 개악”이라는 볼멘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이날 지방 한 간부급 검사는 “그간 언론 보도에서 나왔던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지금도 경찰이 1차 수사 단계에서 송치 전에는 수사지휘를 받지 않고 있다. ‘송치 전 수사지휘 폐지’는 그런 면에서는 현 상태가 유지되는 정도”라고 말했다. 또 다른 부장검사는 “지금도 경찰이 내사라는 핑계로 자체 종결하는 사건들이 많다. 경찰에 수사종결권을 부여한 것은 그런 점을 반영한 것 같다”며 “또 경찰이 사건을 불기소 종결해도 사건기록등본 등을 검찰에 보내게 돼 있기 때문에 검찰은 현재 고등검찰청이 하고 있는 항고 여부를 따지는 일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어떻게 운영하느냐가 문제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이번 합의문이 경찰 입장만 주로 반영된 결과물이며 이로 인해 경찰 권력이 지나치게 비대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서울지역 한 검사는 “행정 경찰, 사법 경찰이 나누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경찰은 검찰 수사지휘도 받지 않고 수사종결권도 가져가게 됐다. 사법경찰관이 아닌데도 전체 사건의 98%에 달하는 경찰 사건을 실질적으로 좌지우지할 수 있는 경찰청장에게 지나치게 큰 권한이 집중될 것이 뻔하다. 신설한다는 국가수사본부가 어떻게 경찰청장의 지휘를 받지 않도록 할 것인지는 매우 중요한 문제임에도 아무 언급이 없다”고 지적했다. 형사소송법상 사법경찰관은 경위·경감부터 경무관까지다. 지방경찰청장급 이상인 치안감, 치안정감, 치안총감(경찰청장)은 행정 경찰로 분류된다.
한 부장검사도 “(합의문을)읽다가 속이 답답해 져서 던져버렸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형사부에 있다 보면 송치 뒤 경찰에 보강수사 지휘를 해도 시간만 끌고 말은 듣지 않을 때 가장 답답하다. 검찰 수사지휘에 반발하면 경찰 내에선 오히려 미담 사례로 소개되고 영웅 대접까지 받는 분위기에서 당연한 일”이라며 “상황이 이런데도 이번 합의문을 보면 경찰이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를 따르지 않아도 법령위반, 인권침해, 현저한 수사권 남용 등으로 징계사유를 제한해 사실상 징계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효율적으로 수사가 되는 방향으로 수사권 조정이 이뤄져야 하는데 아쉽다”고 꼬집었다.
김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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