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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성폭력 가해자 징계, 정규직화… “노조하면 달라져요”

등록 2018-06-29 12:37수정 2018-06-29 14:56

28일 ‘민주노총, 페미니즘을 외치다’ 집담회 열려
파리바게트·SKB 등 청년 여성조합원 60여명 참여
“다단계 빚 때문에 일 시작” 기막힌 사연에 폭소도
28일 저녁 7시 ‘민주노총, 페미니즘을 외치다’ 집담회에 참석한 민주노총 소속 청년 여성조합원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8일 저녁 7시 ‘민주노총, 페미니즘을 외치다’ 집담회에 참석한 민주노총 소속 청년 여성조합원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회사는 모범사원이니, 핵심인재니 칭찬하다가 막상 진급에선 연차가 낮은 남성을 관리자로 앉혔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진급에서 밀리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 파리바게뜨지회 임종린 지회장)

“고등학교에서 영화과에는 여성이 많았지만 영화 촬영 현장에 가보면 대부분 남성이고, 연출부 막내를 뽑을 때도 남성을 선호한다.” (영화산업노조 김다빈)

28일 저녁 7시, 서울 마포구 창비서교빌딩에선 직장 내에서 성차별과 성폭력에 노출된 여성들의 목소리가 봇물처럼 터졌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이날 ‘민주노총, 페미니즘을 외치다’라는 주제로 민주노총 소속 청년 여성조합원이 참석한 집담회를 열었다. 여성조합원이 80%인 파리바게뜨 노조를 이끄는 임종린 지회장, 남성 인터넷 설치 기사가 다수인 희망연대노조 SK브로드밴드의 김민지 교섭위원·홍신애 조합원, 오지영 서울대병원 노조 조합원, 김다빈 영화산업 노조 조합원이 패널로 참석했다. 모두 20·30 여성이었다.

패널들이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말하자 집담회 참석자 약 60여명에게서는 탄식과 폭소가 번갈아 나왔다. SK브로드밴드에서 전화업무를 하는 김민지씨는 “생계 때문에 대학진학을 포기하고 아침 10시부터 새벽 5시까지 ‘쓰리잡’을 뛰며 월 110만원 벌었다. 지속 가능하지 않은 일자리라는 생각에 SK텔레콤 자회사 콜센터로 회사를 옮겼다. 대기업 타이틀이 생겨 설지만 임신을 한 상황에서 실적압박과 함께 고객 성희롱까지 겪으니 일하기 쉽지 않았다. 출산하면서 평택으로 이사했는데 전보신청도 못 하게 해서 그만뒀다”며 이후 SK브로드밴드에 취업했다고 말했다. 임종린 지회장은 “친구가 좋은 일자리를 소개해주겠다고 데리고 간 곳이 다단계였다. 친구에게 빚을 지고 도망쳤는데 친구가 파리바게뜨에서 알바 노동자를 구하니 일해서 갚으라고 한 게 파리바게뜨와 인연을 맺게 된 시작이었다 “고 털어놨다. 기막힌 사연에 참석자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임 지회장은 “알바를 하겠다고 일한 게 11년이나 됐다”며 “회사에서 순종적으로 일하면서 모범사원으로 뽑혀 해외연수도 갔지만 어느 날 내가 데리고 있던 후배 남성 기사가 내 관리자가 됐다. 여성이 많은 직군임에도 전국의 관리자 85명 중 여성은 20명뿐이었다”고 회사 내의 진급 차별을 증언했다.

워킹맘으로서의 고충도 있었다. 3살·4살짜리 딸을 키우고 있는 김민지씨는 “아이를 낳고 다시 구직하는데, 아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11개 회사 채용에 불합격해 좌절했다. SKT 자회사 콜센터 근무 경력을 인정해주는 곳을 찾아 한 대리점으로 갔지만 하루 10시간 이상 일해야 해 육아와 병행하기 쉽지 않았다”며 “SK브로드밴드에서도 불합격할까 봐 이력서에 가족사항을 빼고 썼다”고 말했다. 일주일 뒤면 육아휴직이 끝나는 서울대병원 간호사도 “임신하면 야근 근무를 하지 않는다. 그러면 야근 근무 인력이 줄어 더 잦은 야근을 해야 한다. 병원이 사람을 충원하면 되는데 병동 간호사들에게 알아서 해결하라는 식으로 나온다. 임신한 사람이 많을수록 야근이 늘어나니까 동료의 눈치 볼 수밖에 없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이어 “육아휴직 뒤 복귀하면 적응할 기간을 줘야 하는데 단 이틀 교육받고 현장 투입된다”며 “배려 없는 시스템이 현장 간호사들을 힘들게 하고 워킹맘들은 동료에게 미안해 퇴사를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런 불합리한 노동현장이 노조를 하면서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오지영씨는 “한 병동 남자 간호사가 신규간호사가 들어오면 술을 먹여 집으로 데려가곤 했다는 제보가 노조에 들어왔다. 피해자들은 수간호사에게 먼저 피해를 호소했지만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자 노조를 찾았다. 결국 가해 간호사는 인사위원회에 회부됐고 징계를 받았다. 노조가 없었으면 묻힐 일이었다”고 지적했다. 임종린 지회장은 “국가인권위에 여성 진급 차별 등에 대해 제소했다”고 말했다. 파리바게뜨 노조는 제빵기사 불법파견 문제를 지적하며 지난해 8월 결성됐다. 올 초 회사는 자회사를 설립해 제빵기사들을 직접 고용했다.

이들에게 노조는 뭘까. 자유(오지영, 하고 싶은 말을 하게 해준다), 등대(김다빈, 망망대해 떠다닐 때 길을 알려줘), 학교(홍신애, 이끌어준다), 새 세상(임종린, 완전히 다른 삶이 된다), 빽(김민지, 두려움이 없다)이라는 대답이 나왔다.

김수경 민주노총 여성국장은 “민주노총 소속 여성조합원이 30%이다. 앞으로도 여성조합원들이 직장 내에서 겪는 문제들에 대해 들여다보고 논의하는 자리를 갖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글·사진 장수경 기자 flying71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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