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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5년전 “난민 반대” 홍역…지금은 “난민 범죄? 못들어봤어요”

등록 2018-07-03 05:01수정 2018-07-03 11:01

영종도 난민센터 주변 지역 르포

개청 당시 주민들 대책위 꾸려
“범죄 우려”“집값 하락” 반대 운동
법무부 “치안 관련 민원 없었다”
인근 부동산 “집값에 영향 없어”
인천 영종도에 있는 출입국·외국인지원센터.
인천 영종도에 있는 출입국·외국인지원센터.
“난민이 범죄를 저질렀다는 이야기는 딱히 들어본 적이 없네요. 워낙 외국인들이 많이 오는 곳이라 누가 난민인지도 모르겠고요.”

지난달 21일 인천 영종도 공항신도시에서 만난 40대 초반 ㄱ씨는 ‘난민 때문에 불편함을 겪었던 적이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2013년 초 이곳에 이사 왔다는 ㄱ씨는 “근처에 난민센터가 지어진다는 얘길 들었을 때 걱정했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센터 개청 뒤) 치안이 불안하다고 느꼈던 적은 없다”고 말했다. 영종하늘도시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손녀 유모차를 끌고 있던 정아무개(65)씨도 “난민들이 있다는 건 아는데, 난민 때문에 피해를 본 일은 없다”고 말했다.

인천 영종도 영종하늘도시와 공항신도시는 최근의 제주도 예멘 난민 입국에 앞서 난민의 이주 문제로 홍역을 치른 곳이다. 2013년 법무부가 영종도 운북동 일대 3만1143㎡에 최대 82명의 난민 신청자를 입주시킬 수 있는 출입국·외국인지원센터(난민센터)를 짓기로 하자, 당시 지역 주민들은 완강하게 반대하고 나섰다. 그때 센터와 3~7㎞ 떨어진 곳에 있는 공항신도시의 일부 주민들은 ‘난민지원센터 반대 주민대책위원회’(반대대책위) 등을 꾸려 개청을 막으려 했다. 센터 건립을 반대했던 가장 큰 이유는 “범죄 등에 대한 우려”였다.

당시 반대대책위를 이끌었던 김요한(47)씨는 “난민들이 자유롭게 왕래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안전 문제 등을 걱정했었다”고 말했다. 일부 주민들은 인터넷 카페 등에 “난민이 들어오면 집값이 떨어지는 건 시간문제”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2015년에는 주민들이 센터에 머무는 난민 학생들의 영종초등학교 진학에 반대해, 난민 학생들이 인천대교를 건너 약 33㎞ 떨어진 공립 다문화학교인 한누리학교로 진학한 일도 있었다. 지금도 센터에 사는 난민 초등학생 8명은 이 학교로 통학한다.

센터가 생긴 지 5년 가까이 된 지금, 두 지역에서 만난 주민들은 ‘난민 때문에 치안 문제를 겪은 적은 없다’고 입을 모았다. 영종하늘도시에 사는 한아무개(37)씨는 “난민에 대한 불안함이 전혀 없지는 않다”면서도 “난민이 범죄를 일으켰다는 사례는 듣지 못했다”고 했다. 김요한 반대대책위 위원장도 “(난민으로 인한) 안전사고 사례는 들은 기억이 없다”고 했다.

영종도의 부동산 관계자들은 센터 건립 당시 일부 주민들이 제기했던 집값 하락도 없었다고 전했다. 영종하늘도시의 한 아파트 단지에 있는 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 김아무개씨는 “(센터가 생긴) 2013년 이래 치안 문제로 집을 내놓은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며 “난민센터 때문에 이사하겠다고 하거나, 이사 오기가 꺼려진다는 손님 역시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공항신도시에서 공인중개사사무소를 하는 ㄷ씨도 “경기나 부동산 정책 때문에 집값 변화가 있긴 했어도, 난민센터의 영향은 없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센터를 시범 운영한 이후로 치안과 관련해 민원이 들어온 적은 없었다”며 “이제는 주민들도 예상했던 것보다 위험한 시설이 아니라고 느끼신 것 같다. 처음에는 어색해했는데 지금은 지역 주민들이 자원봉사도 많이 하는 등 인식이 바뀐 것 같다”고 전했다. 실제 영종도에 있는 일부 고등학교 학생들은 이 센터에서 봉사활동을 하기도 했다.

공익법센터 ‘어필’의 이일 변호사는 “주민들이 우려했던 안전 문제나 집값 하락은 기우였다는 점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주민 불안을 고려해 공무원들이 순찰도 자주 하고, 센터가 난민을 엄격하게 관리하는 것으로 안다. 난민이 사회로 나갔을 때 잘 어우러질 수 있도록 센터가 도와야 하는데, (오히려 이런 관리가) 난민의 적응을 더 어렵게 만드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정도”라고 덧붙였다.

영종도/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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