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 고수들이 쓰는 저렴하면서도 성능 좋은 주방 세제부터, 장마철 습기 제거 방법까지, 주부들이 모인 맘카페는 안락한 홀로 생활을 위한 성지였다. 게티이미지뱅크
[토요판] 남지은의 실전 싱글기
7. 맘카페를 애용하라
“꺄악 드디어 왔다!” 택배를 받아들고 입이 찢어졌다. 인터넷을 뒤적이다가 첫눈에 반해 질렀다. 신상 옷? 신상 가방? 아니다. 고기 굽는 ‘신상 불판’이다. 아하하하. 혼자 살면서 아쉬웠던 것은 고기 굽기의 불편함이다. 온 가족 둘러앉아 지글지글 먹으면 모르겠지만, 굳이 혼자 먹으려고 기름이며 냄새며 감수하기에는 엄두가 안 났다. 그래도 고기가 당길 때는 프라이팬에 구웠지만, 뒤 처리가 곤혹이었다. 아, 혼자 사는 육식파의 괴로움이여.
그래서 불판을 뒤지기 시작했다. 나의 첫 불판은 홈쇼핑 채널을 돌리다 기름이 안 튄다는 말에 혹해서 산 것이었다. 음이온으로 굽는 원리였는데 내리쬐는 빛이 뜨거웠다. 고기를 뒤집으려고 손을 넣으면 뜨거워서 긴 젓가락, 긴 가위가 필요했다. 붉은 빛이어서 고기가 익었는지 아닌지 헷갈렸다. 결국, 엄마 집으로 보내졌다.
두번째 불판은 연기가 안 나서 방에서 먹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연기를 빨아들이는 모터가 달려서, 정말 냄새도 안 나고 기름도 잘 안 튀었다. 그런데, 씻기가 불편했다. 몸통을 여러 차례 분리한 뒤 하나 하나 씻어 다시 합체해야 했다. 몇점 먹으려고 사용하려니 손이 안 갔다. 또 엄마 집으로 고고씽.
아, 혼자서도 간편하고 깨끗하게 고기를 먹을 수 있는 불판은 없을까. 그때부터 인터넷의 바다를 헤엄치며 사용 후기를 뒤지기 시작했다. 실제 구매자들의 사용담을 주의 깊게 살폈다. 사용 영상도 하나 하나 다 봤다. 그런데 포털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제품을 받은 뒤 후기를 써주는 광고 글이 너무 많았다. “스튜핏! 블로그, 에스엔에스 사용담을 믿니?” 유부녀 친구의 추천대로, 알토란 같은 정보는 주부들에게 있었다. 주부들이 모여있는 맘카페를 뒤지니 포털에서는 볼 수 없는 실속있는 이야기들이 많았다. 그곳에서 이 아이를 만났다. 대대적으로 광고하지 않았지만 혼자 사용하기 간편하고 저렴한 불판의 발견.
홀로 생활을 ‘잘’하기로 마음 먹으면서 느낀 것은 아무리 혼자 살더라도 살림살이는 ‘주부 백단’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대부분 홀로들은 뭘 몰라 광고에 혹해서 사거나, 신경 쓰기 귀찮아서 모양이 예쁜 것, 무조건 저렴한 것을 사며 돈만 쓰기를 반복한다. 사고 또 사도 돈이 넘쳐나는 ‘럭셔리 홀로’가 아니라면 마음에 드는, 저렴하면서도 성능 좋은 것을 잘 사서 오래 쓰는 게 중요하다. 지금 주방에 자리 잡고 있는 저 냉장고도 맘카페에서 알게 됐다. 중소기업 브랜드로, 상상도 못할 저렴한 가격에 성능도 좋고, 내 로망이지만 비싸서 엄두를 못 냈던 그 냉장고의 느낌을 내고 있다니!
무엇보다 맘카페를 들락이며 알게 된 리빙팁이야 말로 홀로 생활에 요긴하다. 바나나를 사면 이내 날파리가 생기는 게 괴로웠는데, ‘꼭지 부분을 호일로 감싸놓으면 된다’는 팁에 눈이 번쩍 뜨였다. 아 정말 효과가 있었다. 혼자 사니 매일 조금씩 나오는 음식물도 골치였는데 주부들이 해결해줬다. ‘두자니 냄새가 나고, 그렇다고 봉투가 다 채워지지도 않은 걸 버릴 수도 없고 어떻게 해야 하나요?’ ‘냉동실에 얼려놓으면 냄새도 안 나고, 꽉 차면 버리면 됩니다.’ 살림 고수들이 쓰는 저렴하면서도 성능 좋은 주방 세제부터, 장마철 습기 제거 방법까지, 주부들이 모인 맘카페는 안락한 홀로 생활을 위한 성지다.
남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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