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여성’을 상대로 한 범죄가 늘면서 홀로들은 팁을 공유한다. 배달앱으로 음식을 시키면 문 앞에 두고 가라는 메시지를 남기고, 택배 상자는 개인정보를 제거하고 버린다. 게티 이미지뱅크
“아 씨, 이번주에 보낸다잖아요!”
전화 속 남자가 지금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다. 순간 놀라 몸이 굳었다. 지금 대체 왜 화를 내는 거지?
2주 전이다.
교환하려고 문 앞에 둔 택배 상자가 며칠째 그대로였다. ‘내일 오후에 찾으러 가겠다’는 메시지를 받고 문 앞에 둔 참이다. ‘직장인 홀로’들은 달리 방법이 없다. 그런데 이틀이 지나도, 사흘이 지나도 그대로였다. ‘내일 간다’를 반복하더니 결국 1주일이 흘러서야 수거해 갔다.
그리고 또 1주일이 지났다. 교환되어야 할 물건이 깜깜무소식이다. 업체에 전화를 걸었더니, 물건을 받지 못했단다. 주고받은 메시지를 찾아, 택배 기사분의 번호를 눌렀다.
“기사님, (어쩌고 저쩌고) 택배를 아직 못 받았다고 해서요.”
“그거 아직 안 보냈어요.”
“네? 안 보냈다니요?”
“사무실 문제가 좀 생겨서, 암튼 이번 주말에 보낼 겁니다.”
“1주일이나 지났어요. 근데 아직도 안 보내면…”
“문제가 생겼다잖아요.!!”
“수거까지 2주인데, 미리 얘기를 해줬으면, 제가 그냥 알아서 따로…”
“이번주에 보낸다고요!! 아 정말”
“아니, 왜 화를…”이라는데 버럭 고함을 지르며 전화를 끊는다. 쐐기를 박는 한마디와 함께.
“아 씨, 진짜!”
너무 화가 났다. 왜 화를 내는 거지? 화낼 사람이 누군데? 다시 통화 버튼을 누르려다가 멈칫했다. 갑자기 겁이 났다. 이분은 우리 집을 알고 있다. 지금 우리 집으로 오고 있으면 어떡하지, 아님 내일 기다렸다가 무슨 짓이라도 하면 어떡하지 등등 여러 생각이 밀려오자 불안해졌다.
그래서 메시지를 보냈다.
‘기사님 화내지 마시구요(어쩌고 저쩌고) 늘 감사합니다.’
이 이야기를 해주면 다들 웃었다. “네가 왜 사과를 해. 바보냐?” 하지만, 그들은 혼자 사는 여자의 두려움을 모른다. 배달 음식도 두 그릇 이상을 시키고, 누가 집에 들어와야 할 상황이면, 마치 남편이 화장실에 있는 것처럼 연극을 할 때도 있다. ‘남편과 상의해 볼게요’를 입에 달고 산다. 이 동네에 들어오는 순간, 나는 유부녀가 된다.
‘아는 언니’가 혼자 살던 시절, 밤마다 시끄럽게 음악을 트는 앞집 남자에게 소리를 줄여달라고 몇 번 얘기한 적이 있다. 소리를 더 키우는 것은 물론이고, 밤이면 그 남자로 추정되는 이가 문을 쾅쾅 두드리고는 했단다. 당시는 경찰에 신고하고 그럴 생각조차 못했단다. 누가 문을 두드리면 덜덜 떨기만 했단다. 앞집 남자가 이사를 가던 날 마주친 언니에게 말했단다. “문만 두드린 걸 다행으로 알아.”
혼자 사는 여성이 비밀번호를 누르는 걸 보고 번호를 기억해 범행을 한 사건 등이 연일 뉴스를 도배한다. 혼자 사는 여성을 상대로 한 범죄가 늘면서 ‘집에 가면 10분 뒤 불 켜기’ 등 홀로들은 알아서 팁을 공유한다. 배달앱으로 음식을 주문할 땐 문 앞에 두고 가라는 메시지를 남기고, 택배 상자는 반드시 개인정보를 제거하고 버리기 등이다. 요즘은 유튜브에서 ‘남자친구 에이에스엠알(ASMR)’을 검색해 주로 ‘거절할 때’를 녹음해두고 필요할 때 집에 남자가 있는 것처럼 활용하기도 한다.
좋고 친절한 분들도 많지만, 여러 일을을 보고 듣고 나면 괜히 조심하게 된다.
홀로들이 유별나다고? 영화 <도어락>을 보고 온 혼자 사는 기자는 그 어떤 공포 영화보다도 무서웠다고 말한다. 혼자 사는 여자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들이 극한의 공포가 되는 시대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