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전 명도소송강제집행이 실시된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에서 명도집행원과 구시장 상인 등이 충돌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수년째 갈등을 빚고 있는 옛 노량진 수산시장 불법점유 상점들에 대해 법원이 두번째 명도집행을 시도했지만 상인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지난해 4월에도 한차례 강제집행을 시도했으나 상인들의 반발로 약 3시간만에 철수한 바 있다.
12일 오전 8시께 법원 집행용역 150여명과 수협직원 150여명은 서울시 동작구 옛 노량진 수산시장 내의 이전 거부 상점들을 대상으로 강제집행을 시도했으나 상인들의 강한 반발로 약 1시간 30분여만에 철수했다. 수협 쪽은 “대법원의 확정 판결에 따른 정당한 법집행”이라고 밝혔다. 명도집행 대상은 대법원 선고까지 받은 점포 93개다.
집행인력들은 약 세 무리로 나뉘어 시장 내부로 진입을 시도했지만, 상인들은 자동차로 입구를 막고, 인간띠를 만들어 대치했다. 곳곳에선 집행인력과 상인들간의 고성이 오가고 몸싸움이 있었다.
12일 오전 명도소송강제집행이 실시된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에서 구시장 상인들이 대치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약 10여m 앞 현대화시장으로 입주를 거부하고 옛 시장에 남아 있는 상인들은 현대화 시장이 상점의 면적도 좁고, 임대료도 3배 이상 비싸다고 지적했다. 옛 시장에서 23년 동안 고등어 등 생선을 팔아온 ㄱ씨는 “현대화 시장은 1.5평 밖에 안되고 바닥도 미끄러워 계속 닦아줘야한다. 사람이 미끄러지기라도 하면 어쩌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천장도 낮아 환풍도 안되는데다 통로도 좁아 손님들이 와서 물건을 보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전날 밤부터 시장을 지킨 또 다른 상인 ㄴ(63)씨는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장사한지 40년째다. 현대화 시장은 옛 시장보다 임대료가 3배 이상 비싸다. 또 현대화시장으로 이전하면 상점 면적을 넓혀주겠다는데 그 말을 어떻게 믿냐”며 “상점 면적을 넓히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12일 오전 명도소송강제집행이 실시된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에서 구시장 상인들이 집행관들의 통로를 막기위해 차로 가게앞을 막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현재 옛 시장에 남아 있는 점포는 약 270여개다. 수협쪽은 “270여개 점포 모두 강제집행 대상이지만 대법원 확정 판결 난 곳부터 집행 절차에 들어가고 있다”며 “현대화 시장으로 이전하길 원하는 상인은 언제든지 이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수협과 법원은 지속해서 강제집행을 시도할 방침이다.
윤헌주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 비상대책 총연합회 위원장은 “현대화라는 명분아래 시장상인들이 내집처럼 생각해온 상점을 상인들의 의사와 무관하게 철거하려 한다“며 “끝까지 싸워 수산시장을 새롭게 만들겠다”고 말했다.
장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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