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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세월호 구조 실패가 왜 국가의 책임이 아니란 말인가

등록 2018-07-19 17:53수정 2018-07-20 08:32

법원, 세월호 유가족의 손해배상 소송서
‘경비정 123정장 위법행위’만 인정하고
국가의 재난 컨트롤타워 책임은 인정 안 해
4월11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세월호참사 정부합동분향소 안. 안산/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4월11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세월호참사 정부합동분향소 안. 안산/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이것은 왜 국가의 책임이 아니란 말인가?’

법원이 19일 세월호 참사 대응 때 벌어진 국가의 위법행위를 인정하며 내린 손해배상 판결은 ‘책임을 인정했다’고 보기 민망할 정도로 매우 제한적인 범위에 그쳤다. 사고 현장에 출동한 작은 경비정 한 척이 수백명 희생으로 이어진 국가의 책임을 홀로 떠안은 셈이다. 지난 4년여 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 국회 국정조사특위, 감사원, 헌법재판소, 검찰 수사, 법원 재판 등을 통해 드러난 ‘국가의 책임’ 대부분은 손해배상 요인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형사재판과 달리 비교적 책임 인정 범위가 넓은 편인 민사재판에서, 나랏돈 지출을 걱정하는 이른바 ‘국고주의’가 작동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 대통령의 책임 헌법은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에 대한 국민의 국가배상청구권을 기본권으로 인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가배상법은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해 손해를 입혔을 때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 배상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0부(재판장 이상현)는 이날 ‘국가 재난컨트롤타워 미작동’과 관련해 “국가배상법에서 정한 직무상 위법행위에 해당하지 않으며 세월호 참사 사망과 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결정 당시 헌재가 “국민 생명이 위협받는 재난상황이 발생했다고 해서 대통령이 직접 구조활동에 참여해야 하는 등 구체적인 행위 의무가 발생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다수의견과 궤를 같이하는 판단이다.

하지만 재판부의 이런 판단은 ‘박근혜 청와대’가 공문서를 조작해 가면서까지 세월호 참사 당일 총체적인 컨트롤타워 부재와 부실 대처를 은폐하려 했던 불법행위에 견줘 그 책임을 제대로 묻지 않은 것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지난 3월 검찰은 ‘세월호 7시간’ 의혹과 관련해 △참사 당일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집무실이 아닌 침실에 있었고 △국가안보실장의 두 차례 전화를 받지 않았으며 △골든타임이 지난 오전 10시20분께 침실 밖으로 나와 첫 보고를 받은 사실 등을 확인한 바 있다.

세월호 참사 당일인 2014년 4월16일 오후 5시 반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방문해 전남 진도 해상에서 발생한 여객선 침몰 사고와 관련한 상황 보고를 듣고 있는 박근혜 당시 대통령. <한겨레> 자료사진
세월호 참사 당일인 2014년 4월16일 오후 5시 반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방문해 전남 진도 해상에서 발생한 여객선 침몰 사고와 관련한 상황 보고를 듣고 있는 박근혜 당시 대통령. <한겨레> 자료사진
청와대는 컨트롤타워 부재 책임을 면하려고 첫 보고 시각을 실제보다 20분 앞당긴 오전 10시로 줄곧 주장하는 한편 이에 맞춰 문서까지 조작했다. ‘청와대=재난 컨트롤타워’라는 점을 숨기기 위해 대통령 훈령인 ‘국가위기관리 기본치침’ 내용을 볼펜으로 ‘안전행정부=재난 컨트롤타워’로 바꾼 사실까지 확인됐다. 사정이 이런데도 재판부는 참사와 컨트롤타워 부재의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탄핵 결정 당시 보충의견을 낸 이진성·김이수 헌법재판관은 “박 전 대통령이 오전 10시경 모든 정보가 수집되고 주요 기관과 연락망이 구축된 청와대 상황실에서 지휘했다면 승객 구조가 가능했다. 헌법과 국가공무원법의 성실한 직책 수행 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한 바 있다.

유경근 4·16세월호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이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국가와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1심 선고에서 승소한 뒤 소감을 밝히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유경근 4·16세월호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이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국가와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1심 선고에서 승소한 뒤 소감을 밝히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 관제·구조 실패 책임 재판부는 △해상교통관제센터(VTS) 관제 실패 △구조본부의 부적절한 상황 지휘 △항공구조사 선내 미진입에 대해서도 “위법이 아니며 사망과 인과관계가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그간 여러 조사를 통해 세월호 참사 늑장 대응의 출발점이 관할 수역을 맡은 진도 해상교통관제센터의 부실 관제에서 비롯됐다는 점이 거듭 확인된 바 있다. 세월호가 100도 이상 급선회하며 멈춰서는 ‘이상 항적’이 모니터에 그대로 나타났지만, 당시 8명이 근무하던 관제센터에서는 아무도 이런 상황을 몰랐다. 평소 관제센터 근무자들이 잠을 자거나 골프 연습을 한 사실이 조사에서 드러나기도 했다.

해양경찰청장이 본부장을, 서해지방해양경찰청장과 목포해양경찰서장이 현장 지휘를 맡은 ‘중앙구조본부’ 역시 승객 퇴선 지휘를 하지 않았다. 이들은 급박한 상황에서도 현장 사진과 영상, 구조 인원수를 파악하라는 청와대 요구를 사고 현장에 전달하는 데 급급했다.

세월호 사고 현장에 출동했던 항공기와 헬기가 항공구조사를 제때 선내에 진입시켰다면 최소한 일부 승객은 구조가 가능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해경이 당시 헬기 교신 내용을 임의로 삭제한 사실이 확인된 적도 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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