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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제주 난민 반대 청원’ 법무부 답변에 인권단체들이 분노했다

등록 2018-08-02 10:51수정 2018-08-02 14:14

“정부 정책 자체가 인종주의에 기반”
난민네트워크가 지난 6월20일 오후 청와대 앞에서 난민 혐오와 차별를 반대하며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난민네트워크가 지난 6월20일 오후 청와대 앞에서 난민 혐오와 차별를 반대하며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난민인권단체들이 법무부의 ‘제주 난민 반대 청원’ 답변에 대해 “정부 정책 자체가 인종주의에 기반하고 있다”며 우려를 드러냈다.

앞서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1일 청와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방송인 ‘11시50분 청와대입니다’에 나와 ‘제주도 불법 난민 신청 문제에 따른 난민법, 무사증 입국, 난민신청 허가 폐지’ 관련 청와대 국민청원에 답한 바 있다. 이 국민청원은 71만여명의 동의를 얻었다.

이 자리에서 박 장관은 국제적 위상 등을 고려할 때 “난민 협약 탈퇴나 난민법 폐지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면서 “난민 심판원을 신설해 난민 심사 시간을 현재 2~3년에서 1년 내로 단축하고 진정한 난민은 보호하되 허위 난민신청자는 신속하게 가려내겠다”고 말했다.

허위 난민 증가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난민 신청 때 SNS 계정 제출을 의무화하는 등 신원 검증을 강화하고 박해 사유는 물론, 마약 검사, 전염병, 강력 범죄 여부 등 엄정한 심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난민 제도를 악용하는 것이 명백한 신청자는 정식 난민심사 절차에 회부하지 않는 방안도 검토할 것”이라며 “불법 행위를 조장하는 난민 브로커 처벌 조항도 명문화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에 난민네트워크와 제주 난민 인권을 위한 범도민 위원회는 1일 오후 공동성명을 내고 “난민 절차의 신속성은 그 자체로 절대적인 가치가 될 수 없고 독립성, 전문성, 공정성, 투명성의 가치와 함께 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난민인권센터와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인권운동사랑방 등 인권운동단체 활동가 등이 지난 6월20일 오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난민 취업 제한'과 '3% 밖에 되지 않는 생계비 지원' 등 국내 난민제도 운영의 문제점을 비판하고 정부의 해명과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이날은 난민보호라는 국제 사회의 책임을 공유하기 위해 지난 2000년 국제연합(UN)이 아프리카통일기구와 협의해 제정한 '세계 난민의 날'이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난민인권센터와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인권운동사랑방 등 인권운동단체 활동가 등이 지난 6월20일 오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난민 취업 제한'과 '3% 밖에 되지 않는 생계비 지원' 등 국내 난민제도 운영의 문제점을 비판하고 정부의 해명과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이날은 난민보호라는 국제 사회의 책임을 공유하기 위해 지난 2000년 국제연합(UN)이 아프리카통일기구와 협의해 제정한 '세계 난민의 날'이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특히 SNS 계정 제출 의무화, 마약 검사, 전염병, 강력 범죄 여부 등을 엄정 심사하겠다는 계획을 두고 “전형적인 인종차별적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외국인, 특히 난민 신청자 전체를 잠재적 범죄자로 간주하는 제도라는 것이다.

이들은 “한국은 이미 외국인 영어교사의 근로계약 연장을 위해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마약 검사를 요구해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로부터 인종차별철폐협약 위반이라고 지적을 받은 바 있다”며 “이번 난민 대책 역시 법적인 구속력이 있는 유엔의 자유권 규약과 인종차별철폐협약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난민 보호에 있어 인종주의 극복이 무엇보다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대책이 없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난민 신청자의 신청 사유를 검증하는 데 집중하지 않고 SNS 계정이나 병력과 같은 민감한 개인 정보까지 들춰보겠다고 밝히는 정부의 정책 자체가 인종주의에 기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난민 제도를 악용하는 것이 명백한 신청자는 정식 난민심사 절차에 회부하지 않는 방안에 대해 “그 절차가 난민신청자에 대한 인터뷰와 국가정황정보를 확인하는 것인데 이러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어떻게 진정한 난민을 가려내겠다는 건가”라고 반문하며 “박해를 피해 타국에 와서 난민 지위를 신청하는 사람들에게 난민 지위 인정은 인생이 달린 문제다. 한 사람의 인생을 제대로 된 검토 없이 졸속적으로 진행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들 단체는 박 장관 답변 말미에 시민사회 의견을 적극 수렴해 정책을 세우겠다고 밝힌 데 대해 환영하면서도 “의견 수렴이 난민 혐오와 인종주의적 시각에 의존해서 정부의 난민보호 실패에 대한 정당화 과정이 되어서는 절대 안 된다”며 정부에 난민협약 이행과 인종주의 극복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한국은 1992년 난민의 인권과 기본적 자유를 보장하는 ‘난민 지위에 관한 협약’에 가입했다. 한국의 난민 보호율은 11.4%로 전세계 난민 협약국 평균 난민 보호율 38%에 크게 못미친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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