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서울소방학교 훈련장에서 소방공무원 교육생들이 훈련을 마친 뒤 세수를 하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111년만의 폭염으로 지난 7월 한달 간 화재 발생 건수가 예년보다 500건 늘었다. 40도가 넘는 날씨가 연일 계속되는 가운데 최근 ‘노후 전기설비 과부하’와 ‘폭염 속 자연발화’에 의한 화재가 잇따르고 있다. 일반적으로 화재는 겨울철이나 봄·가을처럼 건조한 계절에 주로 일어나고, 습도가 높은 여름에는 상대적으로 발생 건수가 적은 편이었는데, 역대급 폭염은 이제 재난 발생의 전형마저도 바꾼 것이다.
6일 소방청의 자료를 보면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2800여건 수준이었던 7월 화재 발생 건수는 지난달 3392건으로 증가했다. 소방청 관계자는 “7월에 3천건 이상 화재가 발생한 것은 매우 드문 일”이라며 “늘어난 500여건의 화재는 대부분 야외의 온도가 높은 곳이나 오래된 공동주택에서 일어난 화재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일선 소방관들도 노후 건물의 오래된 전기 설비를 폭염 화재의 주요 원인으로 보고 있었다. 서울의 한 소방서의 화재원인조사 업무를 담당하는 소방관은 “에어컨 등 전기 사용량이 크게 늘면서 전기 설비에서 발화한 화재 출동이 잦다”며 “오래된 주택일수록 전선과 변압기 등이 옛날 가전제품을 기준으로 설치가 되어 있는데, 이 설비들이 최근에 나오는 가전제품의 전력과 늘어난 전기 사용량을 감당하지 못하면서 불이 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유형의 화재는 주로 전선과 전선, 전선과 기계 사이의 접합부에서 불이 시작된다고 한다.
무더운 날씨 자체가 화재의 원인이 되는 경우도 있다. 에어컨 실외기가 대표적인 경우다. 소방청 관계자는 “겨울에는 기온이 낮기 때문에 전기를 쓰면서 발생하는 열이 날씨와 만나면 기계의 온도가 낮아지지만, 여름에는 더운 기온에 기계와 전선에서 발생하는 열이 더해져서 쉽게 불이 난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31일과 지난 1일 전남 여수의 폐축사와 충북 제천의 의약품 제조공장에서 일어난 화재도 높은 기온이 원인으로 발생한 자연발화로 추정되고 있다. 소방청 관계자는 “담배꽁초부터 자연발화 추정 화재까지 다양한 화재가 이어지고 있다”며 “특히 전기 제품 사용량 증가로 큰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으니 안전관리에 각별히 신경써야 한다”고 말했다.
최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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