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빙고동 신동아 아파트 주민 강미선씨가 지난 4일 엘리베이터에 붙인 ‘경비실 에어컨’ 제안서.
서빙고동 신동아 아파트 주민들의 ‘경비실 에어컨’ 찬성 서명.
강미선씨의 제안 4일만인 8일 서빙고동 신동아 아파트 경비실에 설치된 에어컨.
‘백은옥 따라하기-경비실에 에어컨 놓기’ 서울 서빙고동 신동아 아파트에 사는 주민 강미선씨가 8일 자신의 페이스북 담벼락에 올린 글의 제목이다.
“에어컨 튼 차에서 내려 아파트 현관까지의 몇걸음에도 절로 신음이 나왔고, 늦은 오후 서향의 뙤약볕에 타들어가는 경비실의 수위 아저씨께 참, 덥죠? 한마디도 죄스럽던 여름이 한 풀 꺾이고서야 드디어 에어컨을 놓아드렸습니다.”
강씨가 따라했다는 백은옥씨는 앞서 지난 3일 서울 방배동 신동아 아파트의 경비실에 에어컨을 설치해줘 알려진 ‘폭염 식힌 미담’의 주인공이다. 백씨는 남편 최기영씨와 의논해 에어컨을 장만한 뒤, 엘리베이터에 “경비실에 냉방기가 설치되면 각 가정에서 (한여름 3개월간) 월 2000원 정도의 전기사용료를 나눠 낼 의향이 있으신가요”라고 의견을 묻는 안내문을 붙였다. 이에 1주일 만에 이웃 80%가 찬성 포스트잇을 붙여주었다. 이 아파트의 관리사무소장도 다른 경비실 초소 등 2곳에 자비로 에어컨을 설치해 부부와 주민들에게 화답했다.
둘 다 현직 대학교수로, 백씨와 가까이 지내는 사이인 강씨는 “작년쯤 백은옥 언니가 슬쩍 에어컨 얘기를 꺼냈고 마침내 실천으로 옮기는 것을 보고, 저도 지난 토요일 엘리베이터에 글을 붙였다”고 했다. 그는 휴가를 떠난 몇집을 빼고 대부분 주민들이 동의 서명을 해주었고, 어떤 주민은 포스트잇으로 ‘독촉’(?)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고 전했다. 심지어 동의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 그는 가족들과 여행중이던 일본에서 인터넷 검색과 문자 메시지 등으로 ‘품귀상태’인 에어컨을 수소문해 나흘만에 설치를 완료했다.
지난 3일 서울 방배동 신동아 아파트 주민 백은옥씨 부부가 내건 ‘경비실 에어컨 전기료 분납 제안서’에 이웃들의 동의 포스트잇이 줄줄이 붙어 있다.
“서먹해졌던 이웃들이 동지애로 뭉쳤습니다.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치면 씩 웃게 되겠네요”라고 인사를 전한 강씨는 “오래된 아파트에 사는 지인들도 따라해서 강강수월래하듯 이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에 공유를 했다”고 말했다.
백씨 부부와 마찬가지로, 강씨 역시 “얼굴 내세울 일은 아니다”라며 한사코 사진 공개를 사양했다.
김경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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