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제차 등 중고자동차의 주행거리를 조작해 시세보다 비싼 가격에 판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이 조작에 사용한 특수장비는 흔적이 전혀 남지 않아 피해자들은 자신이 구매한 차량의 주행거리가 조작됐다는 사실을 알 수 없었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9일 “특수장비를 이용해 중고차 주행거리를 조작한 기술자 송아무개(39)씨와 중고자동차 딜러 등 17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송씨는 국외에서 특수장비를 들여와 중고자동차 판매딜러 등한테서 의뢰를 받고 주행거리를 조작한 혐의(사기·자동자관리법 위반)를 받는다. 송씨에게 주행거리 조작을 의뢰한 중고자동차 딜러 이아무개(42)씨는 중고차량을 경매로 낙찰 받은 뒤 주행거리를 조작해 소비자에게 시세보다 비싸게 판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송씨와 이씨를 구속하고 주행거리 조작에 가담한 중고차 딜러·자동차 정비사 등 1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조사 결과 노트북으로 주행거리를 조작해온 송씨는 일부 차종에선 작동이 어렵자 지난해 2월 주행거리를 변경할 수있는 ‘디아그프로그4’라는 차량진단기를 폴란드에서 들여왔다. 이 장비는 자동차 시동을 걸면 자동으로 운행기록이 남는 OBD(On Board Diagnostics, 운행기록 자가진단기)에 연결해 주행거리를 변경할 수 있다. 계기판을 뜯어 주행거리를 조작했던 과거와 달리 잭을 연결하기만 하면 돼 5분이면 조작이 가능하고 흔적이 전혀 남지 않은 수법이다. 송씨는 중고자동차판매업자 등에게 ‘차량 코딩 자동차 진단 및 정비 프로그램을 이용해 차량용 전자제어장치(ECU)를 조작하는 작업해드립니다’는 내용의 명함을 돌리거나 문자메시지를 보낸 뒤, 딜러들에게 해당 내용에 대해 문의가 오면 주행거리도 변경할 수 있다는 내용을 알렸다. 송씨는 주행거리가 약 16만8400㎞인 수입자동차를 약 12만7000㎞로 줄이는 등의 수법으로 2015년 7월부터 2017년 11월까지 총 145대의 주행거리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송씨는 이 같은 수법으로 국내 차량은 건당 10만~30만원, 수입차량은 건당 30만~80만원을 받아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송씨와 함께 구속된 중고자동차 판매딜러 이씨는 2016년 2월~2017년 11월까지 경매업체로부터 낙찰 받은 중고차량 130대의 주행거리를 조작해줄 것을 송씨에게 의뢰해 조작된 차량을 시세보다 100~500만원 가량 비싸게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출고된지 4년이 되지 않았거나, 자동차 검사 기간이 많이 남은 중고차의 주행거리를 주로 조작한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출고된지 4년 미만의 차량은 자동차검사 내역이 없어 주행거리 조작을 확인하기 어렵다는 제도적 허점을 노린 것이다. 승용차의 경우 출고 4년, 그 다음에는 2년 주기로 자동차검사를 받는다. 주행거리가 조작된 중고차를 구매한 피해자 ㄱ씨는 “주행거리가 조작됐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며 “실제 주행거리를 놓고 비교했을 때 시세보다 약 250만원 가량 비싸게 자동차를 구매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자동차 연식에 비해 주행거리가 지나치게 적거나 주행거리에 비해 차량 상태가 좋지 않은 차량은 의심해봐야 한다”며 “중고차를 구입하기 전엔 자동차등록증이나 자동차 민원 대국민포털 등에서 주행거리를 확인해야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장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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