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선양의 한 호텔에서 범민족평화포럼에 참가한 남북 대표단 일행이 <한겨레> 주최의 좌담회를 앞두고 대화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황인성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 김덕룡 민주평통 수석 부의장, 림룡철 민족화해협의회 부회장, 정기풍 조국통일연구원 실장, 김종구 <한겨레> 편집인.
선양은 중국 동북 지역 최대 도시다. 초고층 아파트가 즐비하다. 지난 23일 이곳에서 열린 ‘범민족평화포럼’에 참가했다. 한겨레통일문화재단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가 공동으로 연 이번 행사는 남쪽과 해외는 물론 북쪽까지 참여해 평화와 통일 방안을 놓고 논의한 뜻깊은 자리였다. 북쪽 일행은 일관되게 “우리 민족끼리”를 강조하면서도, 만찬 등의 자리에서는 “미투, 김영란법” 등을 언급하는 등 대화를 활기차게 이끌었다. 개인적으로는 북쪽 참가자들과 기탄없는 대화를 나눈 특별한 시간이었다.
남과 북, 해외 동포 모두가 한목소리로 외친 말은 평화였다. 북쪽의 리선웅 조국통일연구원 실장은 토론에서 “평화는 통일을 민족의 지향과 요구에 맞게 실현하기 위한 필수적인 전제”라고 말했고, 남쪽의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연구실장 또한 “되돌릴 수 없는 평화가 되돌릴 수 없는 한반도 비핵화의 속도를 결정한다”며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을 현실화하기 위한 노력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어떻게 평화를 만들 것인가? 또 어떻게 평화가 분단의 고착화가 아닌 통일의 길로 이어지도록 할 것인가’다. 행사를 치른 지금, 그 실마리는 통일에 대한 폭넓은 접근, 즉 “평화가 곧 통일”이란 인식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통일 하면 대체로 단일민족국가를 생각한다.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는 그에 더해 연방제, 낮은 단계의 연방제, 남북연합 등 네 갈래 길이 있다고 본다. 분단 70년, 한반도 문제는 어느 것 하나 한방에 풀 수 없음을 실감하는 오늘이다. 또 다른 실마리는 기탄없이 대화하면서 서로의 간극을 좁혀가는 신뢰 축적의 과정이란 생각이다. 그것은 치유와 평화의 과정이며 동시에 통일의 과정일 것이다.
이창곤 한겨레통일문화재단 상임이사 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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