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뉴스분석 왜
아시안게임 대표팀 병역혜택 논란
아시안게임 대표팀 병역혜택 논란
한국 축구대표팀 손흥민이 27일 오후(현지시각)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브카시 패트리어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8강전 우즈베키스탄과의 경기에서 결승골을 넣은 황희찬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왼쪽). 야구대표팀 오지환이 28일 낮(현지시각) 자카르타 글로라 붕카르노(GBK) 야구장에서 열린 한국과 홍콩의 경기에서 몸을 풀고 있다. 자와바랏주·자카르타/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 아시안게임에서 우승할 경우 남자 선수들에게 주어지는 병역특례를 두고 축구대표팀 손흥민과 야구대표팀 오지환이 논쟁의 장으로 불려나왔다. 두 선수의 대표팀 차출과 병역면제 등을 둘러싸고 네티즌들이 엇갈리는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뭘까. 대형 스포츠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되풀이되는 병역특례 논란을 살펴봤다. 정치가 스포츠를 도구화했던 시대의 사고에서 벗어나 합리적인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축구대표팀 손흥민, 야구 오지환
둘러싼 네티즌들의 엇갈린 반응
스포츠 병역특례 논란 커져 정치가 스포츠와 병역 결부시킨
‘국위선양’과 엘리트 체육 산물
“특혜시비 없애려면 대안 찾아야”
“병역특례보다 특권 향한 반감” 장익영 한체대 교수(스포츠사회학)는 “인기 종목과 비인기 종목별로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에 대한 팬들의 감정이 각각 다르다. 이런 상황에서 야구에서는 선수 선발 등 공정성에 대한 불만이 제기됐다. 지금의 상황은 병역특례 제도를 문제 삼기보다는 공정성이나 반특권을 중시하는한 시대적 흐름이 반영되고 있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사실 운동 선수들만 병역혜택을 보는 것은 아니다. 병역법에는 현역과 보충역을 구분하고 있고, 현역을 충당하고 남는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일정 자격 요건을 갖춘 이에게 대체복무를 허락하고 있다. 전문연구, 산업기능, 승선근무예비역, 공중보건의사, 공익방역수의사, 병역판정검사의사, 공익법무관, 예술·체육 요원 등 다양한 부문이 지정돼 있다. 운동 선수들은 올림픽 1~3위나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가 될 경우 예술·체육 요원에 자동 편입돼 현역 복무를 대신하게 된다. 이 가운데 예술계 특례자는 주로 음악과 무용 전공자에서 많이 배출되는데, 이들은 정부가 지정한 국제 콩쿠르나 경연대회에서 1~2등을 차지하거나 국악 등의 국내 대회 1위를 차지할 경우 혜택을 받는다. 4주간의 군사훈련을 마친 뒤 소속된 악단, 극단, 발레단 등에서 34개월 동안 활동하면 병역을 마친 것으로 본다. 인기-비인기 종목 선수들의 희비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실이 병무청에 요구해 받은 자료를 보면, 2009년부터 올해 5월31일까지 약 10년간 병역특례에 따른 각 부문별 대체복무 요원 숫자는 총 12만5805명이다. 이 가운데 예술·체육요원은 449명으로 전체의 0.35%밖에 되지 않는다. 전문 자격증을 보유하고 방산업체 등에 근무하는 산업기능요원(8만1657명), 이공계 박사급 전문연구요원(1만8398명), 공중보건의사(1만3049명) 등이 압도적으로 많다. 예술·체육요원은 449명 가운데 예술요원을 뺀 순수 체육 병역특례자는 더 작은 규모여서 전체의 0.2% 안팎으로 추산된다. 그럼에도 운동 선수들이 병역특례의 대표적인 수혜자로 비쳐지는 것은 손흥민을 비롯해 추신수, 박찬호 등 유럽과 미국의 빅리그에서 뛴 슈퍼 스타들의 대중 영향력 때문이다. 이들 초특급 선수들은 국제대회 입상으로 예술·체육요원에 편입되는 순간 엄청난 부와 명예를 누린다. 천문학적인 연봉을 21개월간(육군 현역 복무기간) 중단 없이 챙길 수 있고, 경력 단절로 인한 기량저하 등의 위험을 회피할 수 있다. 몸값은 더 올라간다. 반면 이들과 비슷하거나 더 많은 노력을 해 국제무대 정상에 오른 비인기 종목의 체육요원들은 병역혜택과 포상금 외에 특별한 보상은 없다. 실업팀 소속으로 연봉을 받는 것 외에 추가적인 혜택은 없다. 운동 선수들의 병역면제 혜택 등 한국의 독특한 정부 보상 시스템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류태호 고려대 교수(체육학)는 “스포츠도 이제는 선수 개인이 선택하고, 자기 결정에 대한 책임이 따르는 시기로 변화하고 있다. 특혜 시비를 없애기 위해서는 병역면제보다는 정상적으로 병역을 수행하는 쪽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역 복무를 대체하게 하는 병역특례 규정은 1973년 도입됐다. 압축성장 시대 잉여 병력자원을 산업·연구 영역에 투입했고, 이공계와 자연계의 우수 인력이 현역 입영으로 인한 학위 과정 단절 없이 연구 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길을 터줬다. 예술·체육요원도 생산직은 아니지만 국위선양이나 문화창달이라는 사회문화적 가치 창출에 기여한다는 명목으로 병역특례 혜택을 받았다. 예술·체육인들의 국제 대회에 입상하면서 국민에게 자긍심과 기쁨을 선사한 일은 많다. 하지만 정권이 체육을 정치 도구화 한 것도 사실이다. 국가는 가장 동원하기 쉬운 자원인 운동 선수를 모아, 집중적인 스파르타식 훈련으로 올림픽 메달 등 국제대회에서 성적을 내도록 도왔다. 긴 시간과 엄청난 재원, 창조성 등이 필요한 기초과학이나 문화예술 분야에서의 세계 최고를 배출하는 것보다 코리아 브랜드를 알릴 수 있는 훨씬 빠른 길이 스포츠였다. 정부가 ‘체육에 소질이 있는 학생은 학업성적에 관계 없이 대학에 진학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체육특기자 제도를 도입해 학원을 엘리트 선수의 충원의 전진기지로 만든 것도 같은 맥락이다. 1970년식 국위선양이나 대중의 스포츠 열기를 이용한 스포츠 정치는 한계에 이르렀다. ‘한 나라의 권위나 위력을 널리 떨치게 한다’는 뜻의 국위선양 또한 서로 협력해 조화로운 세상을 일궈가야 하는 세계화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조어다. 선수나 지도자, 각 종목의 지상 목표는 그동안 국제대회 메달 획득에 쏠렸다. 유소년 육성이나 자발적인 클럽 활동을 통한 생활체육의 기반이 없는 상태에서 소수 정예의 선수만 발굴해 키운 결과, 엘리트 스포츠는 일부 인기 종목을 빼 놓고는 선수를 충원할 수 없을 정도가 됐다. 병역특례라는 키워드로 설명될 수 있는 화려함 뒤에 움튼 엘리트 스포츠의 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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