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서울 혜화동 서울대병원에서 메르스를 안내하는 표지판이 응급실 앞에 붙어 있다. 공동취재사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환자 ㄱ씨(61)와 2m 이내에서 머무르는 등 긴밀하게 접촉한 ‘밀접 접촉자’ 21명 모두가 최종 음성 판정을 받았다. 사람 간 메르스 감염은 ‘밀접 접촉’에 의해 전파될 가능성이 높은데, 평균 잠복기(6일)가 지난 시점까지 밀접 접촉자들에게서 추가 감염 징후가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보건당국과 전문가들은 이러한 접촉자 건강상황 및 환자의 임상적 특성을 고려할 때, 메르스 확산 가능성은 낮다고 보았다.
질병관리본부(질본)는 메르스 확진 7일째인 14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어 “메르스 평균 잠복기가 6일임을 고려해 13일 밀접 접촉자 21명을 대상으로 1차 검사를 시행해 모두 ‘음성’임을 확인했다”며 “최장 잠복기(14일) 지점 이틀 전인 20일, 이들에 대한 2차 검사를 해 음성이 확인되면 22일 0시 격리를 해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밀접 접촉자는 한국행 비행기를 함께 탄 승무원 4명과 탑승객 8명, 검역관 1명, 출입국관리소 담당관 1명, 인천공항에서 휠체어를 밀어준 도우미 1명, 리무진 택시 운전기사 1명, 삼성서울병원 의료진 4명, 가족 1명 등이다. 일상 접촉자는 전날 발표한 431명에서 4명 줄어든 427명이다. ㄱ씨와 같은 비행기를 타고 한국에 입국해 일상 접촉자로 분류된 외국인 2명은 소재가 파악되지 않았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감염병 위기관리대책 전문위원회, 민간전문가 자문단과 중간점검 회의 결과 이번 메르스가 대규모로 확산할 가능성은 작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감염병 위기관리대책위원회 위원장인 김양수 대한감염학회 이사장은 “확진자가 기침·가래 등 호흡기 증상이 거의 없는 상태였다. 메르스는 호흡기 분비물로 전파되는데 (이러한 환자 상황으로) 메르스가 다른 사람에게 전파됐을 가능성은 아주 적었을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며 “2015년 메르스 확산 때는 대부분 의료기관 내에서 전파가 이루어졌는데 이번에는 의료기관 내에서 ㄱ씨와 다른 환자·의료진간 접촉이 최소화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다만, 최장 잠복기인 14일까지는 추가 환자 발생 가능성이 있으므로 접촉자 및 의료기관 감염 관리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질본은 밝혔다.
전문가들은 메르스 잠복기 등을 고려해 ㄱ씨가 쿠웨이트에서 메르스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지만, 쿠웨이트 정부는 자국에서 메르스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마즈다 알카탄 쿠웨이트 보건부 차관보는 이날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역학조사 결과 (ㄱ씨의 메르스 감염지를) 특정할 수 없다. ㄱ씨가 쿠웨이트로 오는 도중에 메르스 바이러스에 접촉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은경 본부장은 “현재로서 국내가 감염지는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고, 구체적인 감염원과 감염경로는 쿠웨이트 정부와 세계보건기구(WHO)와 협력해 조사하고 구체적 정보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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