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단원에게 상습적으로 성폭력을 가한 의혹을 받는 연극연출가 이윤택 씨가 지난3월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 성폭력범죄특별수사대에서 이틀째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해 취재진의 질문의 피하며 출입구를 묻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연극배우들을 상습적으로 강제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이윤택(66)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 감독에게 1심에서 징역 6년이 선고됐다. 올해 한국사회를 흔든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을 계기로 수사가 진행돼 재판에 넘겨진 성폭력 사건 중 첫 실형 판결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0부(재판장 황병헌 김수민 김주영)는 19일 상습강제추행, 유사강간치상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 전 감독에게 징역 6년과 80시간의 성폭력 프로그램 이수, 10년간 아동청소년기관 취업 제한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먼저 “피해자들이 미투 운동에 용기를 얻어 자신들이 당한 피해를 늦게나마 밝힌 것으로 특별히 고소의 진정성을 의심할 만한 사정이 없다”며 “피해자들의 진술을 보더라도 사건으로부터 상당한 기간이 경과하였음에도 세부적인 내용까지 일관되고 구체적으로 진술하고 있어 신빙성이 높다”고 밝혔다.
피해자들의 고소의 진정성과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한 재판부는 이 전 감독의 유사강간치상과 피해자 8명에 대해 한 18건의 강제추행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특히 이 전 감독 쪽은 줄곧 성폭력을 “연기지도를 위한 정당한 행위”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신체접촉 부위와 정도가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성추행으로 평가될 수 있는 경우, 상대방이 동의하지 않은 이상 연기지도로서 상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이 자신의 권력을 남용한 것임과 동시에 소중한 꿈을 이루기 위해 피고인의 권력에 복종할 수밖에 없었던 피해자들의 처지를 악용한 것”이라며 “그 결과 피해자들은 회복하기 어려운 수치심과 고통, 깊은 좌절감을 안게 되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그런데도 이 전 감독이 “완성도 높은 연극을 위한 과욕에서 비롯되었다는 등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거나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반성 없는 태도를 재판부는 지적했다.
선고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배복주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상임대표는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사회 미투 피해자들은 법정에서 싸우는 사람도 있고, 명예훼손이나 무고로 피해 입는 사람도 있다. 오늘 판결이 이들에게 긍정적인 신호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