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이 바다 위에서 유골을 흩뿌리는 모습. 드론앤씨 블로그 갈무리
유아무개(24)씨의 4살 터울 형은 지난 7월 집에서 잠을 자다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다. 너무나 황망한 죽음이었다. 장례법은 생각해 본 일도 없었다. 유씨는 인터넷으로 장례 방식을 검색해보다 드론에 유골을 담아 바다에 뿌리는 방법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유씨의 형은 드론을 2대나 갖고 있었고, 드론 동호회 활동에 열성적이었다. 유씨는 형이 마지막 가는 길에 평소 그렇게 좋아하던 드론을 타고 떠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씨의 부모님도 이를 반대하지 않았다. 먼저 떠난 자식이 가장 흔쾌히 받아들일 장례를 치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가 유골을 흩뿌리던 바다(해양)장이 최근 기술 발전에 따라 ‘드론장’으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특수 제작된 유골함에 망자의 유골을 담은 드론은 해안에서 약 3㎞를 날아간다. 원격으로 유골함을 열면 하늘 위에서 바다로 유골이 뿌려진다. 유골이 흩날리는 과정은 동영상으로 저장돼 이동식저장장치(USB)에 담겨 유가족에게 전달된다. 뭍에 남은 유가족은 실시간 영상으로 이 과정을 지켜본다.
유씨는 “부모님 연세가 많아 배를 타거나 산으로 가서 유골을 뿌리는 게 힘들었다”며 “다행히 형이 떠나는 날 날씨가 좋아 멀리서도 형이 드론을 타고 가는 모습이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유씨는 가끔 형이 생각날 때면 동영상으로 저장된 형의 마지막 장면을 다시 보곤 한다.
이들 가족은 유씨의 49재가 치러진 지난 11일에도 집 마당에서 나던 풀과 꽃을 드론에 싣어 고인의 유골이 뿌려진 위치에 흘려보냈다. 북위 37°27'41.76", 동경 126°34'38.38". 유씨의 형이 영면에 든 좌표다. 국내 최초로 드론장을 도입한 구철회 드론앤씨 대표는 “드론장을 치른 유가족 가운데 ‘우리 아빠 한번도 비행기 안타봤는데 마지막으로 비행기 타고 가신다’며 울먹이던 모습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아직은 생소한 장례 방식이겠지만 최근엔 문의가 늘어나고 있다. 납골당 기한이 만료돼 찾아 오시는 분들도 있다”고 말했다.
‘드론장’은 드론을 띄우는 비용 말고 추가 비용이 들지 않는다. 장례비용은 30만원 선이다. 절차도 비교적 간단해 화장을 마친 뒤 유골을 뿌리는 데는 채 30분도 걸리지 않는다. 구 대표는 “지난해 말 ‘드론장’을 처음 도입했는데 1년도 안돼 고인 70~80분을 모셨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발표한 2016년도 전국 화장률은 82.7%에 달한다. 이 가운데 납골당에 유골을 안치하지 않고, 강·바다·산 등에 흩뿌렸다는 응답은 27.3%였다.
장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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